「김치」
하얀 속살 뽀드득 씻은 알몸의
여리던 가슴
예리한 칼끝에 쪼개져
쑤셔 박히던 짜디짠 소금 물통
간이 배어 적당히 세상맛이 들고
뻣뻣하던 줄기
부들부들 연해지거들랑
고춧가루 푼 비린 젓갈에 묻혀
숨 막히는 항아리 속
부글부글 끓어도 함께 끌어안고
사근사근 익어
한 겹 한 겹 쓰린 살을 비비며
새콤달콤 살다가
군내 나기 전에
빈 항아리만 남기고 가는 거라고
사시사철 밥상 위에 올라
삶의 입맛을 돋운다.
김기덕의 「김치」 전문.
<어설픈 해설>
하얀 속살에 뽀드득 씻은 알몸이라, 사람은 알몸으로 태어나지, 알몸에서 어린아이가 되고 또 자라서 청년이 되는 것이나니,
청년은 예리한 칼끝이나, 소금처럼 짜디짠 세파에 시달리며 적당히 세상맛도 보면서 살아가나니, 그러면서 그 빳빳하던 콧대도 부들부들 연해지나니,
때로는 고춧가루 푼 비린 젓갈에 숨 막히는 항아리에 묻히기도 하면서, 새콤달콤 살면서 사근사근 익어 가나니,
그렇게 새콤달콤 살다가 군내 나기 전에 빈 항아리만 남기고 가는 거라고 하나니, ……,그것이 인생이라고 하나니, 그러니 김치가 바로 인생이나니, 어허, 좋아요. 아주……
<시인 소개>
김기덕 시인은 2000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열매들은 소리 지르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낡아 보인다』, 『종이배의 행로』와 대서사시집 『빅뱅과 에덴』을 냈고,
시론 집으로 『주역에서 시를 보다』, 『이미지의 공식』, 『상자 속의 수평선』, 평론집으로 『뇌 과학비평』, 산문집으로 『십자가의 나무 1, 2』가 있다.
푸른시학상. 율곡문학상. 등 수상. 《나무위키》, 《위키백과》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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