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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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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4. 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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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회상하며

 

갑오년 이후 매년 4월이면 생각납니다, 그해 갑오년 4월은 참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온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었고, 특히나 우리 웅석봉 가족에게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큰 아픔을 남긴 갑오년의 4월이었습니다.

 

20144, 세월호 참사가 있기 아흐레 전, 우리 가족은 차마 말 못 할 슬픔을 창졸지간(倉卒之間)에 당하고 말았습니다. 내 몸 같은 아우를 저승으로 보내 버렸습니다. 세상에나! 서열을 버리고 저 형들보다 먼저 가 버린 아우, 그런 아우가 너무 야속하였습니다.

 

법 없이도 살 그렇게도 착한 아우가, 그 저주스러운 그날, 가난하고 지친 하루를 끝낸 아우는 야심한 자시(子時), 작은 애마를 홀로 몰고 귀가하는 도중에, 어느 개망나니 술주정 꾼의 차에 치여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부인(안동 김씨)과 오로지 삶의 참된 가치를 찾아 학업에 매진하는 외아들을 두고, 그렇게 허무하게 짧은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하도 억울하여 사고 현장을 가 보았습니다. 문제가 많은 도로 구조였습니다. 급커브길에 위험 안내 표시도 없는 도로였습니다.

 

한심하고 억울하여 도로를 담당하는 해당 경찰서장을 만나 항의도 해 보았습니다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예고된 인재(人災)에 아우도 희생되었고, 이어서 채 피어보지도 못한 34명의 생명이 수장되었습니다. 그런 인재들에 속수무책인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우를 가슴에 묻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님께 어떻게 고해야 할지 아득하기만 했습니다. 돌아와 하루를 지낸 후 나는 불교방송을 보고 있는 어머니 곁에 다가가 죽음이 무엇인지, 또 산다는 게 무엇인지, 부처님은 어디에 계시는지,……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습니다.

 

-어무이, 놀래지 마셔요.

 

-, 무슨 일이? 요즘 내 꿈자리가 영 시원찮아서야, 누가 탈이 났냐?

 

자글자글한 어머니 얼굴이 보였습니다.

 

-김해 동생을 묻고 오는 길 아임니꺼.

 

나는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얼굴을 돌렸습니다.

 

-아이쿠야! !

 

망운당도 말문을 닫았습니다.

 

다음날 정신을 차린 어머니 말씀입니다.

 

-며칠 전에 너거 아부지가 두 번이나 꿈에 나타나더니, 나를 잡아가려는 줄 알았는데 왜? 그 착한 아들을 데려갔을꼬, 그 영감 나보다 아들이 더 보고 싶었나. 아이고! 철없는 영감탱이.

 

한숨을 쉰 후

 

-이젠 간 사람은 간 사람이고 산 사람 병들지 않게 아들이 잘 챙겨 줘라.

 

그 후 4월 초파일에 우리 부부는 계룡산 기슭의 아버지 영가(靈駕) ()을 올린 그 절에 인사하고, 그 옆 절, 포근한 법당에 들려 아우의 극락왕생(極樂往生)을 비는 조그만 등 하나 올렸습니다. 그 며칠 후 하늘나라 간 아우가 그의 형수 꿈속에 나타나서 말했다고 합니다.

 

-형수님, 참 고맙습니다.

 

다른 말은 없었냐고 물으니, 없었고, 삼촌이 너무 편한 모습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래, 고맙다. 아우야. 부디 극락왕생하여라. 다음 세상에서 우리가 또 만나면 그땐 헤어지지 말고 항상 같이 살자. 그럼, ~!

 

-제수씨, 그리고 조카야!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고 했던가요, 한 번 태어난 존재는 누구나 사라지는 운명,……그 운명을 어찌하겠습니까.

 

우리 웅석봉 가족이 추구하는 삶은 사랑과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아픈 마음일랑 모두 털어버리고, 잊고, 용서하고, 남은 생을 살아갑시다. 그것이 먼저 간 아우가 바라는 바라고, 믿습니다. 또한, 제수씨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습니다.

 

그럼, 함민복 시인의 시 한 줄로 위로를 삼고자 합니다.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 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후기)

 

그렇게 10년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꽃 같은 아이들이 하늘나라에서 떠돌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그들이 내 아이라면 그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더구나 그 4월에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보낸 상처를 당한 처지이고 보니, 오늘이 동생의 기일이라, 4월이면 매년 생각납니다. 고맙습니다. 2024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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