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 옆 공터에는 활쏘기 연습장이 놓여있다. 추자도에도 활 쏘는 사람들이 있다니 고맙고 많은 이용을 기대한다. 정수장을 나선 올레길은 산길로 들어선다. 포장도로와 나란히 가는 길이다. <은달산 길>이란 팻말이 이쁘다. 아마도 올레길을 내면서 만들었으리라. 힘들여 만든 길을 무상으로 걸으니 고마운 마음이 절로 난다.
길은 바로 추자교에 다다른다. 마침 추자교 공원에는 십여 명의 아주머니들이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옹기종기 모여 도시락을 먹고 있다. 공원 중앙에는 모형 참조기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고 그 옆에는 제주 출신 허영선 시인의 <금빛 조기 한 점>이란 시비가 서 있는데, 잡초 뽑는 여인들과 어울리는 시다.
길은 추자 다리를 건너서 상도로 들어선다. 상추자도 초입의 양지바른 산에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추자 충혼 묘지>는 오늘도 평화를 기원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길을 걷는다.
이제 길은 포장도로를 따라 추자항으로 향한다. 해안 길은 119 센터를 지나고, 추자도에서 하나밖에 없다는 주유소도 지나서 영흥 쉼터라는 작은 공원에 다다른다. 바다로 튀어나온 화장실도 있는 시원한 소공원이다.
우리는 공원 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사진도 계속 찍었다. 아마 올레길을 걸으면서 오늘같이 스마트폰을 자주 누른 날은 없었을 것이다. 쉼터를 지난 길은 이내 영흥리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의 식당들을 만나니 갑자기 시장기가 덮친다. 그러나 영업하는 곳은 없었다. 오늘이 주말도 아니고, 점심시간도 지난 모양이다.
영흥리 사무소와 보건지소를 지나니 중국음식점 하나가 문을 열어놓고 성업 중이다. 자장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추자 포구의 올레 간세에 귀환 인사를 올렸다. 제주올레의 마지막 순간을 두 발로 밟으니 가슴이 뛴다.
우리는 추자면사무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소주와 활어회 한 접시를 싸 들고 마을 뒤편에 있는 <등대산공원>에 올라, 양지바른 곳에서 자축의 잔을 높이 들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알싸한 액체가 눈으로 잠깐 나왔다.
그날 밤, 추자도에서 제일 깨끗하다는 <태흥모텔>에서 하룻밤을 의탁하고, 다음날(2016년 3월 24일) 신양항에서 10시 30분 출항하는 <한일 레드펄>로 제주항으로 돌아왔다. 뒤돌아보니 추자 코스는 제주올레의 피날레로서 손색이 없었다.
이로써 우리는 올레 26개 코스를 모두 걸었다. 지난 2014년 12월 초, 올레를 걷기 위하여 여행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그동안 제주도에 여덟 차례나 왔었다. 참 느린 여행이었다. 느린 만큼 행복하였고 영원히 함께하고픈 순간들이었다. (끝)
*그동안 보잘것없는 여행기를 읽어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린다.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1 (1) | 2024.08.11 |
---|---|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17) | 2024.07.22 |
<설악산 나들이> 2~2 (6) | 2024.04.07 |
<설악산 나들이> 2~1 (3) | 2024.04.06 |
청와대를 관람記 (1) | 2022.08.2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