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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3-3

서평

by 웅석봉1 2024. 1. 2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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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계속 말한다. 진정한 왕의 위엄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폐하의 사명은 폐하의 안전이 아니라 백성의 안녕을 돌봐주는 것입니다. 그건 양치기의 사명과 같은 것이지요.’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고통에 빠져 신음하고 있을 때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자를 왕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자는 죄수를 지키는 간수가 더 어울립니다.’ ‘범죄를 조장했다가 나중에 처벌하지 말고 합리적인 통치를 통해 범죄를 예방해야 합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왜 정치에 참여하지 않아야 옳은지를 설명한 플라톤의 유쾌한 비유가 있습니다.’

 

이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유재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유재산이 존속되고, 모두가 돈에 의해 좌우되는 한 당신은 진정한 정의나 번영은 결코 이끌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제1권은 당시 혼란스러운 유럽의 정치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사유재산 부분만 제외한다면, 지금 현실에 적용해도 대부분 옳은 말이다. 목민관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2권은 라파엘이 겪었던 유토피아 섬에 대한 정치 사회 체제와 종교 사상 등에 대하여 상세히 이야기한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유토피아 섬은 초승달 모양의 지형이며 그곳에서는 같은 언어, 법률, 관습, 제도를 갖춘 54개의 도시가 있다. 54개의 숫자는 당시 영국의 주 수와 일치한다.

 

각 도시는 모두 계획도시이며 200명씩의 공무원을 선출하여 그들로 하여 시장을 뽑도록 한다. 또한 모든 행정 결정은 회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 시민은 누구나 2년간 농촌 생활을 해야 하고 모두 함께 일하고 같은 옷을 입는다. 실업도 과로도 없는 효율적인 노동 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공동식사와 육아실을 운영하며 어디에 있던 언제나 일한다. 학문은 실용성을 중시하고 금과 은은 가치보다는 수치의 상징이며 인간의 행복은 쾌락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명예로운 안락사를 허용하며, 규정된 법이 아니라 사례별로 적절한 형벌을 결정한다.

 

전쟁에 나가서는 목숨에 집착하지 않으며 패하여 도주하는 적은 공격하지 않는다. 종교는 다양한 종파가 공존하고, 죽음은 즐겁게 맞고 장례는 유쾌하게 치른다. 성직자도 결혼이 허용된다. 그리고 모든 사회악의 근원을 돈으로 생각한다.

 

유토피아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나라로,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권력과 통제로 유지되는 나라다. 이상이 유토피아의 줄거리이다. 참으로 유토피아적이긴 하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자명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귀족과 천민, 농민과 도시인, 근로자와 사용자 등 계층 간의 소통과 상생을 강조한다.

 

유토피아의 마지막 말을 들어보자.

 

그들은 우리 일행과 처음 만난 후, 즉시 유럽에서 만들어 낸 최고의 사상들을 모두 받아 들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제도보다 훨씬 훌륭한 그들의 제도를 그처럼 빨리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들이 우리들보다 더 나은 지성과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훨씬 앞서 있는 원인이 바로 이런 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권 후반 부분)

 

나는 진심으로 언젠가는 그렇게 할 수 있기를 원한다. 라파엘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나는 그가 해준 모든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토피아 공화국에 많은 장점들이 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으며,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유럽에서도 그들의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싶다.”(2권 마지막 부분)

 

법률가요, 부유한 지주였던 그가 법률과 변호사들을 야유하며,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돈을 경멸했으며, 또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죽음으로써 지킨 그가 이혼과 안락사를 지지하고 여성 사제의 임명과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을 유토피아의 조건으로 말한 것은, 소통이 무엇인지, 유연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토머스 모아>가 하고 싶었던 그 말이 5백여 년이 지난 지금,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하며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그는 위대한 작가일 뿐 아니라, 대 사상가요, 따뜻한 목민관이며, 또한, 목숨으로 신념을 지킨 혁명가다.

 

그는 행동하는 참 성인이다. 나는 현직 시절의 유럽 여행길에 런던에 들여 던탑을 올려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의 명복을 빌었다. 참고 서적 돋을새김 푸른 책장 시리즈 005번역 권혁,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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