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는 주인공이 없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두 사람의 실존 인물과 한 사람의 가설 인물 간의 편지와 대화로 구성된 소설이다. 이러한 구성이 이 소설의 진가를 보여주는 요소가 아닌가 한다. 소설의 주관자인 "나"는 바로 작가 자신이다.
그는 영국과 카스텔라(스페인 중부의 옛 왕국)와의 무역마찰(양모 수출금지)에 따른 협상을 위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플랑드르에 7개월간 파견된다. 그곳에서 앤트워프시(市) 서기관인 젊은 피터 자일즈를 만난다.
당시 토머스 모아는 런던 대리집정관으로 상인들의 추천을 받아 협상 대표단이 되었다. 피터 자일즈는 실존 인물로서 토머스 모아를 숭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라파엘 히드로다에우스는 가공인물로서 율리시즈 (오디세우스)에 버금가는 여행가며 플라톤(기원전 427~347)에 견줄 만한 철학자다. 그는 라틴어와 그리스어에 능통하며 아메리코 베스푸치(1454~1512) 탐험대의 일원으로 3차례 항해 하였다. 네 번째의 항해에서 유토피아 섬을 탐험하게 되어 그곳에서 5년 동안 머물렀다.
라파엘은 토머스 모아의 대리인이며 동시에 그는 자기가 보고 느낀 영국과 유토피아 섬에 대하여 토머스 모아와 피터 자일즈에게 설명하는 역(役)이다.
소설 『유토피아』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토머스 모아>가 <피터 자일즈>에게 보내는 편지.
2. <피터 자일즈>가 <버스라이덴>에게 보내는 편지(1516년11월1일).
3. (제1권) 고문관들의 대화
4. (제2권) 유토피아에 대한 강연.
두 편의 편지는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라파엘이란 인물을 실제로 만났던 것처럼 꾸며『유토피아』에 수록된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도록 만든 일종의 문학적 장치다.
토머스 모아는 피터 자일즈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영리하기보다는 정직하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고 싶습니다.’ ‘지식인들은 케케묵은 고문 체로 꽉 채워져 있지 않으면 천박하다고 내칩니다.’
‘비평가들은 권위를 앞세우며 자기들 멋대로 형편없는 작품이라고 선고를 내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습니다.’
‘책을 즐겁게 읽었으면서도 그 글을 쓴 작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애정도 느끼지 않습니다. 감사라고는 전혀 할 줄 모르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성대한 만찬에 초대받아 배불리 먹고 나서 주인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무례한 손님과도 같습니다.’
제1권은 영국의 현실을 대화 형식으로 비판한 글이다. 현실정치 참여에 대하여 라파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왕은 평화로운 시기에 필요한 유용한 통치법보다는 전쟁술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도죄를 교수형으로 다스리는 영국의 형벌에 대하여서도 비판하고 있다. ‘만약 도둑질이 양식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 어떤 형벌로도 도둑질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보통 조금밖에 먹지 않는 유순한 양이 이제는 엄청난 식욕을 갖게 되었고 급기야 사람까지 먹어 치우는 짐승이 되어 버렸습니다. 양들은 이제 들판과 가옥들과 도시들을 비롯한 모두를 삼켜 버리고 있습니다.’
‘농업과 모직공업을 다시 부흥시켜,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떳떳하고 실용적인 일거리를 많이 제공하도록 하십시오. 무위도식하는 성직자와 수도사들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부랑자나 걸인들에 대하여 남자들은 수사로, 여자들은 수녀가 되도록 법을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철학자들의 역할에 대하여도 말한다. 플라톤의 말을 인용 ‘행복한 국가는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왕이 철학을 공부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거센 바람을 어찌해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폭풍우에 휩싸인 배를 버려서는 안 되는 것처럼’
전쟁의 원인과 그 폐해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거나 그 새로운 백성들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들은 한순간에도 군대를 해산할 수 없었으며 그러는 동안에 서서히 파멸해 갔습니다. 국가의 재산은 국외로 유출되었고 한 사람의 사소한 야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은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국왕의 재정 운용에 대하여도 비판한다. ‘왕이 돈을 내주어야 할 때는 화폐가치를 올리고 돈을 받아야 할 때는 화폐가치를 터무니없이 내립니다.’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처신해야만 특별세를 거두어들일 구실이 생기는 것입니다’ (3-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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