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란 인간 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고 본다. 양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법을 깨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경찰관이다. 그것은 자아의 성채 한가운데 숨어 있는 스파이이다. (77쪽)
성경의 한 구절이 입가에 떠올랐지만 나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속인들이 자기네의 영역을 침입하면 성직자들은 불경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헨리 숙부는 윗스터블 관할 사제를 이십칠 년이나 지냈는데, 속인이 성경을 인용하면 악마도 언제나 제가 좋을 대로 성경을 인용할 수 있다고 버릇처럼 말했다. 숙부는 일 실링에 영국산 굴을 열세 개나 살 수 있었던 시절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308쪽, 마지막 단락)
*소설, 『달과 6펜스』의 도입과 마지막 부 그리고 인상 깊은 주요 단락의 글이다.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증권 중개인 일을 하던 부유한 사십 대 남자다. 이 작품의 화자가 주인공의 아내와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갑자기 가출한 주인공을 영국으로 다시 데리고 오기 위하여 파리로 가는 장면에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파리로 가서 가출한 이유를 물어본 화자는 깜짝 놀란다. 주인공의 아내가 상상하고 있던 것처럼 그는 젊은 여자와 함께 파리로 도망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17년이나 같이 산 아내와 두 아이까지 다 버리고 가출했다는 것이다.
화자의 생각으로 주인공은 이미 청춘을 지난 인간이었고 사회적으로도 괜찮은 지위와 아내, 그리고 두 자녀까지 둔 증권전문가였다. 화자는 이제부터 노력해서 화가가 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주인공에게 전한다.
하지만 화자는 주인공의 가슴 속에서 타고 있는 불꽃같이 치열한 힘을 느낀다. 아마 압도될 정도로 강한 힘이 그 자신의 의지로도 어쩔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함으로 그를 사로잡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악마에게 사로잡혀 있는 상태이고 당장이라도 그를 반으로 갈라놓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이다. 화자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런던으로 돌아간다.
그 뒤 5년 정도 지나서 화자는 파리에서 주인공의 지인인 네덜란드인 화가 디르크 스트루브라는 인물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트루브가 스트릭랜드를 알고 있다는 인연으로 스트루브와도 알고 지내게 된다.
스트루브는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차린 사람인데, 그는 바보 같을 정도로 마음씨가 좋아 스트릭랜드에게 온갖 친절을 베푼다. 스트릭랜드가 열병으로 괴로워할 때 스트루브는 아내 블랑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간호한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스트릭랜드를 싫어하던 블랑슈도 하는 수 없이 그를 간호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트릭랜드는 블랑슈에 대해 연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에는 스트릭랜드는 믈랑슈를 가로챈다.
블랑슈는 얼마 뒤에 스트릭랜드의 이기주의와 매정함을 원망하며 음독자살한다, 스트루브는 아내의 죽음에 절망해 고향인 네덜란드로 돌아간다.
주인공은 그 뒤 자기 영혼의 고향을 발견한 사람처럼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에 동화되어 원주민 여자인 아타를 아내로 삼아 예술에 몰두한다. 그는 불가사의한 아름다운 벽화를 남기고 마지막에는 나병에 걸려 죽는다.
주인공은 일종의 괴물이자 이기주의자의 전형이다. 친구의 친절을 무시하고, 친구의 아내를 가로채서 은혜를 원수로 갚았으면서도 전혀 미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런 인간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하게 될 정도로 잔인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악마에게 흘린 것처럼 예술에 몰두하는 모습은 비장하고 처절하다. 예술지상주의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임과 동시에 철저하게 자기중심적 인간이기도 하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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