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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관의 <번개식당을 아시나요>

시평

by 웅석봉1 2023. 12.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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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식당을 아시나요

 

자유를 수출한다는 지역이 아닌/ 수출을 자유롭게 한다는 지역에서/ 일하는 그녀들의 이름은 / 당국에서는 근로자라 부르고/ 노동청에서는 노동자라 부르고/ 누구는 기능공이라 부르고//

 

누구는 산업 전사라 부르고/ 누구는 여종업원이라 부르고/ 누구는 여공이라 부르고/ 누구는 공순이라 부르는데//

 

그 지역 정문 아닌 후문에/ 정오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동식 포장마차 대열/ 거기에 차려놓은/ 번개식당의 다양한 메뉴/ 1분 막국수 2분 짜장면 3분 김밥//

 

 

어느 하릴없는 시민이 사진을 찍어/ 이 지방 신문에 게재되니/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포장마차 대열은 아팟치족에게/ 쫓겨났는지 퇴근 시간이 지나도록/ 영영 나타나 주지 않더이다//

 

 

수출을 자유롭게 한다는 지역의/ 후문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가량비가/ 내리고 있더이다//

 

 

이선관 시인의 <번개식당을 아시나요> 전문.

 

<시인 소개>

 

이선관 (1942~2005) 시인은 서울에서 출생하여, 곧바로 마산으로 이주해서 마산의 성호초등학교, 창신중학교, 창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인 대학(, 경남대학교)에서 3학년까지 수학했다.

 

1972년 함석헌 선생이 펴내던 씨알의 소리10호에 <애국자>, <헌법 제1>, <번개식당을 아시나요>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이 시들은 권력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지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병역면제 받은 그를 신체검사를 한 번 더 받아 소견서를 상부에 보고하라는 지시가 동장에게 떨어진 적이 있었다.

 

국립 메디컬센터에서 진단받은 소견서를 인용해 다시 만든 정신신경과 병원 소견서를 만들어 별일 없이 넘어갔다.

 

아마 못된 작품을 쓰는 나를 혼내 줄 빌미를 찾다 보니 군대를 안 간 병역기피자로 몰아 혼찌검을 내려고 했던 것 같았어시인의 후일담이다.

 

6~70년대 마산 지역 공단의 회사들 후문에는 점심때면 푼돈으로 배를 채워 줄 포장마차 번개식당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하릴없는 시민에겐 이게 신기한 구경거리였는지 그걸 찍어 제보하는 바람에 신문에 실렸다.

 

노동자들에겐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게 해주는 포장마차가 당국자들의 시선으로 볼 때는 무질서의 현장이었다. 조국 근대화를 이뤘다는 시절의 아픈 그늘의 이야기다.

 

이선관 시인은 뇌성마비 아픈 몸으로 평생을 마산 창동 네거리 반경 오백 미터 안에서 살다가 지병인 간경화로 별세하였다. 시신은 마산합포구 진북면에 있는 집안의 <납골당(納骨堂)>에 모셔져 있다.

 

시인은 1987년 마산시 문화상을 시작으로 불교 문화상. 녹색 문화상. 통일문학 공로상. 교보 환경 문화상 등을 수상함.

 

시집으로는 인간선언, 독수대, 보통시민, 나는 시인인가,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창동 허새비의 꿈, 지구촌에 주인은 없다, 우리는 오늘 그대 곁으로 간다, 배추 흰 나비를 보았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손에는, 시선집으로 어머니, 유고 시집 나무들은 말한다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시인의 시는 -눈감고 싶은 불편한 진실-을 유머러스하게 까발리고, 많은 아픔과 슬픔과 절망을 행간에 감추고 있다. 이 시는 시집 어머니, (, 2004)에 실린 시다.

 

마산 산호공원 정상, 시의 거리에는 그의 시비(2015226일 건립)가 우뚝 서 있고, 그 옆으로 가고파(이은상), 우수의 황제(김수돈), 봉선화(이석), 석류(김세익) 등의 시비가 서 있다. 나무위키등 참조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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