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춤」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흩날리듯
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을 아름다운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벌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 전문.
<시인 소개>
곽재구(1954~ 현재) 시인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제일고등학교와 전남대학교 국문과, 숭실대학교 대학원을 국문과를 졸업하였음.
1980년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함.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사평역에서」 당선하여 등단함.
시집으로 『사평역에서』, 『전당포 아리랑』, 『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와온 바다』와 산문집 『곽재구의 포구기행』등이 있음.
광주 서석고등학교 교사, 순천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함.
동서문화상. 신동엽창작상 등을 수상함. 《나무위키》 등 참조.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하고, 삐걱거리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죽은 새소리 뒹구는 들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춤을 춥시다. 즐겁게 신나게…….그리고 화려하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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