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교육
동방아파트 단지는 1동에서 30동까지 있었다. 무립은 2동에서 첫 경비업무를 시작하여 지금은 10동을 거쳐 8동에 온 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일 년 남짓 근무하는 동안에 세 차례의 근무처를 옮긴 셈이다.
아이들이 아파트 출구를 줄줄이 나오는 등교 시간이다. 무립의 몸과 입은 분주하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이놈들아, 인사를 하여라. 인사를 해!”
무립은 근엄한 표정으로 나오는 아이들을 검열하듯 아래위를 홅고 있다. 그들은 마치 못 볼 동물을 본 것처럼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하고 출입문을 휙휙 여닫고 내달리기만 한다.
여기도 한심한 동네라는 듯 혀를 차며 주차장으로 나간다. 불법 주차한 외부 차량을 확인하는 일은 아이들을 보내고 난 후에 하는 주요 일정이다.
마침 보험회사에 출근하던 3층의 삼십 대 여자가 무립을 쳐다보고는 그대로 지나간다. “인사 좀 하고 다닙시다요.” 무립이 점잖게 한마디 한다. 여자는 기가 차고 코가 막혔다.
-뭐 저런 영감탱이가 경비원으로 와서 아침부터 재수 옴 오르게 시비야, 시비긴. 인사는 지가 해야지, 왜 내가 해야 해. 거지 같은 놈 다 보겠네. 어제저녁에도 그러더니 만날 때마다 지랄이야 지랄이긴- 마음속으로 떠들고,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랐다.
-그 여자 못 쓰겠구먼. 나이 많은 사람 말을 뭐로 아는 거야. 하긴 8동이라고 뭐가 다를까- 혼자서 탄식하며, 주차장을 둘러본 무립은 안으로 들어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쉬지 않고 15층을 지나 옥상으로 들어섰다. 옥상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며 서당에서 공부하던 아주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수염이 한 자나 되던 훈장님의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무립아! 이놈아, 커서 어른이 되거들랑 나처럼은 되지 말 거라. 입으로 하는 사람 말고 실행하는 사람이 되거라- 하나 어쩌라. 누구는 무엇이 되고 싶어서 되느냐 어쩔 수 없이 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훈장님의 말씀을 잊지 않고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
옥상은 어제와 같았다. 큰 플라스틱 통 몇 개에 알로에가 무성하다. 어떤 통에는 지난가을에 배추라도 심었는지 마른 배춧잎이 통속에 끼어있다. 빨랫줄에는 겨울 담요가 널려있다.
-그래 이 정도면 좋다- 혼자서 중얼거리며 계단을 내려온다.
무립은 옥상에서는 예절에 어긋나는 현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담배꽁초 몇 개를 주워 오긴 했지만……,
10동 옥상엔 심심찮게 새까만 똥파리 떼에 덮여있는 덩어리를 여러 번 청소한 적이 있었다. 다시 계단을 하나씩 내려오면서 문은 제대로 닫고 출근했는지, 전기. 가스계량기는 정상인지 등, 호별 점검을 한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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