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안은 이제 고요하다. 마당에서 일하던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우리는 너무도 오래 헤어져 있지 않았는가. 분위기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자. 기회를 보아 천천히 만나자.
차를 돌려 마을 앞의 조그만 다리를 건넜다. 차를 세워 마을을 뒤돌아본다. 저만치 언덕 위에 천사의 집이 보인다. 그곳을 한참 올려다보았다. 집 뒤로 연록의 대밭이 병풍이다. 잔잔한 물결 속에 댓잎들이 춤을 춘다.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아래 낡아 문드러진 기와 위로 아지랑이가 많이도 피어오른다. 아지랑이 위와 지붕 위로 가지가 무성한 푸른 소나무 두 그루가 불어오는 남쪽 바람을 타고 즐거이 노래하고 있다. 노래하는 소나무 그늘에 오래된 대나무 평상이 고요하고도 편안하다.
평상 위엔 노부부쯤으로 보이는 백발의 두 노인이 방금 캔 냉이를 다듬고 있다. 입은 아무 말이 없는데, 손은 냉이를, 눈은 사랑을, 가슴은 행복을 속삭이고 있는 듯하다. 따사로운 햇살이 그들의 온몸을 감싸 안고 있다……,긴 겨울을 지나서인지 참 따뜻해 보인다.
아~아! 내가 꿈을 꾸고 있는가! 나는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차창을 통해 보이는 푸른 하늘에서 한 여인의 웃은 모습이 아롱거린다. 여인이 품고 있는 배냇저고리 너머로 머리칼이 검었다가도 희고 희다가도 검다.
역시 하늘은 깊고도 푸르고 푸르다가도 깊다. 사람은 언제나 혼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아니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한참 후 내 차는 언덕길을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끝)
*지금까지 지루한 소설을 구독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행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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