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잠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설의 배경을 설명하면 이 소설은, 서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교통은 아주 편리하나 지하 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이 심각함)가 무대이며, 시대적으로는 2012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임*
다른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깔깔댄다. 할미는 일어나지 못한다. 다른 보호자들은 보고만 있다. 무립은 손에 들고 있던 짧은 막대를 흔들면서 아이들에게로 달려간다.
“애 이놈들! 동작 그만! 어른을 공경해야지! 누가 할머니를 이 모양으로 깔아뭉개라 했느냐! 누가 시키던 이놈들아!”
무립이 막대기를 들고 아이들을 때리는 시늉을 하자, 아이들은 혀를 메롱 거리며 미끄럼틀 위로 도망을 간다. 정작 무립의 호통 소리에 놀란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보호자들이다. 그중에서도 두 엄마였다. 언제나 말썽은 여자들이다.
“아니, 할아버지! 아이들 장난을 그런 식으로 나무라면 어떻게 해요. 얘들 기 다 죽이네. 경비가 학교 선생님이라도 되나요. 할아버지는 경비 일이나 똑바로 하면 되잖아요!”
“아주머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 못 들었소! 어릴 때부터 어른을 공경하는 버릇을 들여야 커서도 효도합니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가정교육, 가정교육 하지요. 경비가 이러는 거 다 입주민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더 크게 보면 나라의 장래를 위하는 거구요.”
-아니, 뭐 저런 경비가 다 있어! 별난 경비가 왔다더니 별꼴을 다 보겠네- 우후후
걸어가는 무립의 뒷모습을 개 지붕 쳐다보듯 두 여자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뭐 저런 뚱딴지 궁둥이가 다 있나. 생긴 건 똑 불 도둑 같은 놈이, 하는 소리는 공자 말씀이네, 아파트 생활 10년이 넘어도 저런 경비는 처음이라, 상기된 여자들은 혀를 내 둘렀다.
무립은 아내와 단둘이서 산동네 연립주택에 산다. 새벽에 출근할 때 보온 도시락 두 개를 가지고 나온다. 점심과 저녁용이다. 24시간 근무하고 하루를 쉰다. 2교대를 하는 셈이다. 여기 아파트 경비원은 모두 그렇게 근무하고 있다.
무립이 저녁을 먹고 TV를 잠깐 켜니 대선 때 대통령 후보로 나온 변호사 출신 여성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되었다는 뉴스가 흐른다. 무립은 직감적으로 올 것이 왔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정치를 믿지 않는 사람이긴 하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언제 한 번이라도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했던가. 개돼지로 보지 않은 것만으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들만의 정치. 싸우는 정치. 말만의 정치. 승자독식의 패거리 정치. 야합의 정치가 아니던가. 무립은 지난해 12월 대선후보들의 TV 토론을 보면서 예절교육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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