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없어. 그러니까 그 집은 절에서도 기부가 들어오고 성당이나 교회에서도 들어오지. 음……,그리고 남의 집 방을 어떻게 다 열어보나. 노인의 말을 믿어야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집에서는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서 그 집을 떠난다는 거야”
“그렇군요. 그런데 그들은 어디로 떠날까요?”
“그건 잘은 모르지만……, 아마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대학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직장을 찾아서 일터로 가겠지.”
“아 그렇겠군요”
“그리고 내가 이번 총선거의 선거인 명부 작성을 도와야 하는 데 방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지. 노인도 의심의 눈치는 없었어. 가족으로는 십칠 세 미만의 남자아이 다섯 여자아이 넷에 그 노인과 모두 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거야. 혹시 할머니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사람 없다고 하였어. 노인은 평생을 독신으로 산다고 말했어.”
그렇다면, 구천사의 수수께끼는 풀리는 것이 아닌가. 남자아이 다섯, 여자아이 넷, 그럼 아홉이 아닌가. 구천사. 확실해. 그 노인이 무언가 숨기고 있어……,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장에게 나의 명함 한 장과 함께 봉투 하나를 그의 손안에 넣어주었다.
“이장님, 오늘 초면에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장님께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 주셔요, 그리고 60대 여자분이 보이면 저에게 꼭 연락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가시오. 젊은 사람이 참 효자십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그런 엄마를 찾아서 뭐 합니까. 이저 뿌리시오”
이장은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우리를 배웅했다.
나도 이장처럼은 아니지만 웃으면서 그와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 차를 몰고 공터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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