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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50)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5. 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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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위기상 확실하다. 마당이 꽤 넓다. 마당에는 담장을 대신해서 파릇파릇 물오른 장미 넝쿨이 울타리처럼 집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현관 앞에 소나무가 두 그루, 마당에는 채소밭이 넓다. 채소밭에는 대여섯이 무언가를 열심히 심고 있는 것 같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한 분과 아이들이다. 나의 직감으로 엄마가 계신 곳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우리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먼발치에서 그들을 관찰했다. 혹시 엄마가 보이지 않을까, 나와 아내는 초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한 시간쯤 지나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마을 이장의 도움을 받기 위하여 그를 찾아보기로 하고 마을로 차를 돌렸다. 이장은 마침 집에 있었다. 육십 대 후반의 마음씨 좋은 사람이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였다. 처음에는 신통찮은 반응이다.

 

허허 그런 어머니를 뭣하려 찾으려고……, 냅도 뿌리지 않고

 

이장님 그런 말씀 마셔요. 얼마나 고생하신 분인데 저희는 꼭 찾아야 해요. 부탁드립니다

 

아내가 우는 상으로 애걸한다. 그는 쾌히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장의 말에 의하면 그 집의 이름은 <천사의 집>이고, 칠십 후반의 할아버지가 30년 넘게 여기서 고아원(孤兒院)을 운영한다는 것 이외는 그 집에 식구가 몇인지, 여자가 있는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이장이긴 하지만 더 이상 아는 바가 없다고 한다.

 

그 노인이 워낙 폐쇄적이라 외부와 소통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호적상 독신이고, 육이오 때 가족을 잃고 혼자서 월남하여 독학으로 공부하였고, 그 후 군에 입대하여 장교로 제대하고 이곳에 정착하였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이장은 호구조사 명목으로 그 집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우리는 읍으로 내려가 빵과 음료수를 사서 돌아왔다. 우리가 차 안에서 그것으로 이른 점심을 때우고 한참을 지나니 그가 돌아왔다. 이장은 조사 결과를 다소 겸연쩍은 듯이 말했다.

 

내가 좀 살펴봤는데, ……, 그곳에는 아주머니는 없어. 노인과 아이들뿐이야.”

 

그럴 리가 없는데요? 방을 전부 확인해 보셨나요. 혹시 그 노인 분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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