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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습관이 나를 바꾼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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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3. 11. 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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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글쓰기>

 

여러 지적인 작업 중에서도 글쓰기는 걷기와 특히 잘 어울린다. 글쓰기는 준비 단계(왜 쓰는가? 소재나 재료는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그것들을 어떻게 수집하고 구성할 것인가? )와 작성 단계(집필. 정리하고 다듬기)로 나뉜다.

 

글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이런 준비 단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글을 술술 써 내려가기가 힘들다.

 

많은 시간을 낑낑거리다 분량에 맞게 썼다고 하더라도 내용이 빈약한 경우가 많다. 사전에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노련하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사전 준비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실제로 집필(集筆)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소설처럼 독창성이 요구되는 글쓰기는 나름대로 충분히 준비했더라도 글을 쓰는 도중에 추가적인 취재를 하거나 갑자기 전체적인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논문이나 보고서, 기획서 같은 경우는 확실하게 준비를 해두면 글쓰기가 한결 편해진다.

 

수필이나 감상문처럼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글은 주제나 독자 등을 정하고 나서 소재를 찾기보다 처음에 글감부터 탐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걷기가 좋은 글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확률은 한층 높아진다. 실제로 걸작이라 불리는 수필 중에서 길을 걷다 발견하는 소재를 다룬 작품이 꽤 많이 있다.

 

신문이나 잡지, 홍보지 등에 기고를 부탁받았지만, 적당한 소재가 없어 곤란했던 적은 없는가. 앞으로 그런 일이 있으면 밖에 나가 걷도록 하자.

 

길에서 본 광경이나 자연, 낯선 사람과 나누는 대화로부터 좋은 글감을 찾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시청각적인 자극에서 예전의 경험이 불현듯 떠올라 쓸 만한 소재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확실하게 준비하면 집필이 수월해진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여 키보드 위의 손가락이 멈춰 서곤 할 때도 많다.

 

이 장면에서 보통 이런 말을 사용하지만, 좀 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표현을 쓰고 싶은데 도무지 생각나질 않아하는 경우, 필자는 대개 유의어 사전을 펼쳐본다. 그래도 이렇다 할 표현이 떠오르지 않으면 산책(散策)을 나간다.

 

사실 이럴 때의 산책은 표현을 생각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에서 간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래도 문제가 늘 머리 한쪽에 남아 있기 때문인지 길을 걷는 중에 적합한 표현이 문득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메모장이나 필기도구를 가지고 갔을 때는 바로 적어둔다.

 

길을 걸을 때는 메모장과 펜을 휴대하라고 늘 얘기하고 다니면서도 정작 자신은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때는 떠오른 표현을 잊지 않도록 집에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이고 되뇌며 걷는다.

 

<같은 책 8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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