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기획거리를 찾아라.>
아이디어는 무(無)에서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떠오른 것처럼 보이는 아이디어도 반드시 그 기초, 즉 소재가 있기 마련이다. 흔한 말로 ‘거리’가 필요하다.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이벤트 등을 기획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그 ‘기획거리’를 찾는가? 아마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을 살펴본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기자들이 찾아낸 그런 정보들도 물론 나름대로 참고는 된다. 하지만 그것은 타인에 의해 여러 번 취사선택, 혹은 가공된 정보다. 그런 정보를 간접 정보, 2차 정보라고도 하는데, 말하자면 중고 정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보다. 인터넷은 가장 빠른 속도로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그날 저녁의 텔레비전 뉴스보다도 먼저 사건 사고를 전해준다.
인터넷에서 속보를 듣고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상세한 소식을 살피는 것이 일반화된 요즘, 누가 인터넷의 효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겠는가.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 가운데 무엇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진정한 가치가 있는 정보인지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동시에 이런 수많은 정보 가운데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판단력과 교양의 수준이 더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정보의 질뿐만 아니라 속도 면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상품을 기획할 때는 소비자층의 트렌드를 살피게 된다.
그래서 잡지나 인터넷을 뒤적거려 기획에 도움이 될 만한 유행을 찾았다고 하자. 그러나 어느 유행이 대중매체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그 트랜드가 절정을 향해 치달을 때다.
경우에 따라서는 절정을 지났을 수도 있다. 그런 정보로부터 획기적인 상품 기획이 가능할 리 없다. 손해 보지 않을 정도의 상품만 만들어도 다행일 것이다.
결국 탁월한 아이디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려면 직접 정보, 즉 1차 정보에서 소재를 찾아야 한다. 직접 정보는 ‘다리’에서 나온다.
스스로 걸어 다니며 찾은 화제, 혹은 길을 가다 관심이 쏠린 주제야말로 진짜 정보다. 걷기를 통한 정보 탐색은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 검색에 비해 답답한 방법이다.
며칠을 돌아다녀도 이러다 할 소재를 찾지 못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쓸 만한 소재를 발견하기만 하면 그것은 타인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신만의 정보라 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예쁜 그림이 그려진 화려한 맨홀 뚜껑이 유행이다. 이것은 어느 지자체의 수도과 직원이 산책하다 떠올린 발상에서 탄생한 작품이라고 한다.
맨홀 뚜껑에는 보통 미끄럼 방지를 위한 기하학 무늬가 단조롭게 새겨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는 이것을 좀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직장 동료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맨홀 뚜껑이야 어차피 지저분해지기 쉬운데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나을 테니 지금과 같은 상태로도 괜찮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어차피 길에 놓아둘 바에야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자고 생각한 그는 맨홀 뚜껑을 제작하는 공장 직원에게 상담을 요청했고, 바탕 무늬를 꽃이나 경치로 꾸며 보자는 결론을 얻었다.
이리하여 신형 뚜껑이 만들어졌지만, 주물이다 보니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유심히 길을 관찰하는 사람만 알아차릴 뿐, 대부분은 그저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모양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주물공장 기술자가 연구 끝에 문양을 새긴 부분에 컬러 수지를 주입했다. 그러자 아름다운 꽃과 경치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이것이 일본의 전국 지자체로 확산(擴散)되고 있는 컬러 맨홀 뚜껑이다. 같은 책 69쪽에서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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