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에 정의는 없었다.
지난해(2010년) 6월부터 불기 시작한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 한 권이 해를 넘겨 가면서 더욱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연말에 이미 100쇄를 넘겼고 새해 들어서는 공익방송국(EBS)에서 책의 근원이 되는 저자의 강의를 녹화 방영 중이고,
급기야는 대한민국 우수 논객 11명이 참여하여 이 책을 분석한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해설서(?)까지 출판되었다.
나는 가끔 서점의 구석 자리에서 베스트 셀러를 일람하는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잘 팔리는 책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하는 알고 싶은 욕망과 새로운 코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강박관념의 표출일 것이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7월인가 무더운 날씨인데도 서점 안은 시원하였다. 책 읽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이 책을 개괄한 소감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우리 속담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우선 <정의>를 말하면서 공자의 ‘인(仁)’이나 맹자의 ‘호연지기(浩然之氣)’,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정도의 동양철학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고,
만약 이 책이 서양철학을 중심으로 논한 것이라면 최소한 <로버트 오언(1771~1858)>을 위시한 협동조합 사상의 맛이라도 보여주었어야 옳다는 생각에서였다.
‘1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1인을 위하여’라는 협동조합의 기본사상을 말하지 않고 어떻게 정의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이 책은 많은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에게 정의로운 길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데 곤혹스럽다. 아니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정답이 없는데 정답을 찍으라니 말이다. 사례들은 하나같이 극한 상황이다. 허리케인. 전쟁터. 금융위기. 고장 난 전차. 해난사고. 살인자에게 거짓말하지 않기. 그리스도인 사자 우리에 던지기 등등,
평상시에는 정의가 없어도 된다는 말인가. 왜? 의· 식· 주· 나 복지· 환경 같은 실생활의 정의는 말하지 않는가. 읽다가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온전히 미국의 국내용인가? 저자 만의 고집인가? 그렇다면 왜 오늘 한국에서 이 책을 두고, 야단법석인가. 이런 생각들이 나를 혼란스럽고 화나게 했다.
세 번째, 내 상식으로는 무릇 인문서란 저자 자신의 분명한 의사를 밝히고 왜 이런 주장이 옳으냐를 증명해 나가야 하는데……, 이 책은 그게 아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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