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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평

by 웅석봉1 2023. 10. 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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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 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모는가?>의 전문

 

<시인 소개>

 

이상화(1901~1943) 시인은 대구 출신으로 18세 때 경성중앙학교(지금의 중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17년 대구에서 현진건. 백기만. 등과 프린트 판 동인지 거화(炬火)를 발간하였고,

 

1922년 홍사용. 박종화. 박영희. 김기진 등과 백조동인으로 참가하여 말세의 희탄(欷歎) 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작(詩作) 활동을 함.

 

1922년 프랑스 유학을 목적으로 도일하여, 일본 아테네 프랑세즈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다가 19239월 관동대지진을 겪고 귀국하여, 백조3호에 나의 침실로, 이중의 사망, 마음의 꽃등을 발표함.

 

1924개벽허무교도의 찬송가, 조선 문단별리를 발표함. 1925년부터 김기진. 박영희 등과 파스큘라. 카프 진영에 가담하여 사회의식을 고취하는 평론을 발표하고,

 

구루마꾼, 엿장사, 거러지등의 제목이 말해주듯 사회 극빈층의 생활을 다루고, 가상(佳相), 가장 비통한 기욕, 폭풍우를 기다리는 마음, 원시적 우울등의 사회주의 색채를 띤 작품을 잇달아 발표한다.

 

1927년 의열단 이종암(1896~1930) 군자금 모금 사건에 연루되어 구금되기도 함.

 

1935년 백씨 이상정(1897~1947. 독립운동가, 그의 부인 권기옥 여사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장군을 만나려 만경(滿京)에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일본 관헌에 구금되어 4개월간 옥고를 치름.

 

1937년 대구 교남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춘향전의 영역본과 국문학사 등을 기획하고 연구에 몰두했으나 완성치 못하고, 술 때문에 얻은 병으로 1943425일 집에서 별세한다.

 

시인은 50여 편의 시와 10여 편의 산문을 남겼지만, 생전에는 시집 한 권 내지 못하였다. 뒷날 문우 백기만은 그와 이장희의 시를 한데 묶어서 유고집상화와 고월을 펴낸다.

 

시인의 묘소도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산 13~1번지에 있다. 이곳에는 월성 이 씨 재실(齋室)과 제각(祭閣)도 있고, 바로 뒤편에 아버지 이시우. 큰아버지 이일우. 형 이상정. 동생 이상백 등의 묘소가 같이 있다.

 

대구광역시 달성공원에 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1926개벽(開闢)()에 발표된 시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됨. <지식 백과> .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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