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鼓)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의 <그날이 오면>
<시인 소개>
심훈(1901년~1936년, 본명 대섭)은 경기도 과천군 하북면 흑석리 (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1915년 서울 교동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고등보통학교(현, 경기 중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1917년 이해영과 결혼, 학교에서는 일인(日人) 수학 선생에 대한 불만으로 시험 때 백지 답안지를 내어 과목낙제로 유급되기도 함. 그만큼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대쪽 같은 성격이다.
4학년 재학 중이던 1919년, 3·1 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검거되어, 8월 30일 경성지방법원 공판에 회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8개월간의 복역하고 출옥한다.
출옥 후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중화민국 절강성 항현(抗縣)으로 건너가 지강대학(芝江大學) 극문학부에서 공부하였으나, 복역 시절의 후유증으로 결국 중퇴하고 1923년에 귀국한다.
귀국하여 《동아일보》, 《조선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시와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철필구락부(鐵筆具樂部) 사건으로 1926년 《동아일보》를 퇴사한다. 이해영과 이혼하고, 흉막염으로 8개월간 입원함.
신문사 퇴사 이후에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 소설인 《탈춤》를 1926년 11월부터 《동아일보》에 연재한다. 《탈춤》를 계기로 영화계에 진출해 이듬해 이경손 감독의 《장한몽》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하고,
영화에 관심이 많아져 《먼동이 틀 때》라는 시나리오를 쓰고 각색 및 감독을 맡았으며, 1927년 12월 2일에, 《조선일보》에 「박 군의 얼굴」이라는 시를 기고한다.
「박 군의 얼굴」이란 이 시는 박헌영(1900~1955)을 위한 시다. 박헌영은 심훈과 경성고등보통학교 동창이고 친구 사이로
그가 신의주 사건(1925년에 신의주에서 일어난 조선 공산당 검거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 되었다가 1927년 병보석으로 풀려났을 때 초췌한 모습을 보고 분개하여 심훈이 이 시를 지었다.
1930년 <조선일보>에 중편 소설 『동방의 애인』을 연재하였고, 일본 경찰의 검열에 걸려 완성되지 못하고 집필도 중단된다. 안정옥과 재혼한다.
이후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자 1932년 어머니가 거주하던 충남 당진 송악면으로 내려가 장편소설 『상록수』를 집필한다.
이 소설은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공모전에 당선되어 상금(당시 500원)을 받았는데 이 상금으로 「상록학원」을 설립한다. 「상록학원」이 상록초등학교의 모체가 된다.
『상록수』를 영화화하려 했으나 일본의 탄압으로 이루지 못한다. 『상록수』는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시는 「오오, 조선의 남아여」인데, 이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동갑내기 손기정, 남승룡 두 마라톤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소식을 접하고 감격하여 지은 시다.
그 뒤 『상록수』의 출간을 위해 당진에서 경성으로 이주하여 《한성도서》 주식회사에 근무하다가 갑작스럽게 장티푸스에 걸려 1936년 9월 16일 아침에 요절한다. 해방 후인 1949년 유고집 『그날이 오면』을 발간, 2000년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
그의 유해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서봉마을에 안장되었고, 1990년대 중반 그 일대가 개발되자 안성시 삼죽면 마전리 산19~7번지로 이장되었다가, 2007년 12월 5일 셋째 아들 심재호(1936~현재)가 충남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 필경사(筆耕舍) 경내로 이장함.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는 심훈 기념관과 심훈이 직접 지은 필경사가 있고, 매년 가을이면 심훈 상록문화제가 열린다. 독립운동가이자 문학인. 언론인. 영화인이던 심훈은 당진에서 고요히 잠들어 계신다. 《나무위키》 등 참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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