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숫돌에 낫 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면/ 속수무책으로 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 강토의 주인인 적 없었다//
풀은 목이 잘려도 낫에 지지 않는다/ 목 타는 삼복 땡볕과 가을 밤 풀벌레 소리,/ 맨살을 파고든 칼바람에 울어본 까닭이다//
퍼렇게 벼린 낫이여, 풀을 이기지 못하느니/ 낫은 매번 이기고, 이겨서 자꾸 지고/ 언제나 풀은 지면서 이기기 때문이다//
민병도 시인의 <낫은 풀을 이기기 못한다> 전문.
<어설픈 해설>
풀은 목이 잘려도 낫 따위에 지지 않더라, 그것은 풀은, 목 타는 삼복 땡볕과 가을밤 풀벌레 소리나 맨살을 파고드는 칼바람에 울어본 까닭이더라.
숫돌에 낫 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면, 속수무책으로 싹둑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금수강산의 주인인 적 없었기 때문이더라.
시퍼렇게 벼린 낫이여, 풀을 이기지 못하느니라, 낫은 매번 이기고,……이겨서 자꾸 지더라, 언제나 풀은, 지면서 이기기 때문이더라. 칼이 아무리 날뛰어도 민심을 이기지 못하더라.
민병도(1953년~현재) 시인은 경북 청도 출신으로 영남대학교 미술사 석사,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그는 대학 2학년 때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이병도 선생을 찾아 미술학도의 꿈을 접고 시조를 배웠다.
시집으로 『슬픔의 상류』, 『원효』, 『들풀』, 『장국밥』, 『청동의 배를 타고』, 『설잠의 버들피리』 등이 있고, 시화집 『매화 홀로 지다』, 수필집 『꽃은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는다』가 있다.
한국문학상. 중앙시조대상. 가람문학상. 김상옥문시조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계간 《시조 21》 발행인, 사)국제시조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고향 청도를 ‘시조의 수도’로 건설하겠다는 다부진 꿈을 오래전부터 품고 고향을 지키고 있다.
2023년 6월 5일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제21회 <유심작품상>으로 시 부문에 고두현 시인의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와 시조 부문에 민병도 시조 시인의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와 소설 부문에 정찬주 소설가의 <아쇼까 대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심작품상>은 만해 한용운 스님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한국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문학인을 격려하기 위하여 제정한 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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