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경기도 살이(3)

잡문

by 웅석봉1 2023. 10. 15. 07:08

본문

내가 부임하기 전에 본부로부터 내려온 전년도의 시상금이 있었다. 이 돈을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책임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모 책임자는 회식이나 하자. 또 일부는 아니다, 뜻있는 곳에 기부하자. 또 일부는 아니다, 직원들끼리 나누자, 등등, 의견이 분분하였다.

 

나는 그 돈의 의미를 살려서 올해 업적과 연계하고 싶었다. 논의한 결론은 황금 카드(명함 크기의 카드인데, 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기억에 없지만)를 만들어서 각자 평생토록 갖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이기적인 결정이었지만, 변명하자면 업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행한 처사였다. 당시 황금 카드에 새긴 글을 여기 옮긴다. 카드의 이름을 연()이었다.

 

()

 

임오년(2002), 우리는 열심히 땀 흘렸고, 종합업적 1등도 했습니다. 희망의 계미년 새해가 밝은지도 100여 일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대한의 명산 지리산에 올라 가슴을 열었습니다.

 

상생과 도약을 위하여, 우리는 하나입니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우리는 손수건 같은 만남입니다. 우리가 만난 농협 시흥시지부, 여기는 우리 마음의 고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먼 훗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임오년 종합업적 1등을 기념하고, 우리들의 앞날이 황금처럼 풍요롭고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GOLD CARD를 새겼습니다.

 

고이 간직하여 기념되소서. 계미년 426.

 

그해 4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지리산(노고단과 쌍계사)에 올라 춘계 직원체육행사를 하였다. 노고단 산상에서 이 카드 한 장씩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란 이글은 내가 직접 지었다. 연은 인연을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인연이란 뜻이다. 특히 손수건 같은 만남을 강조했다. 그 손수건 같은 만남이란 어떤 만남인가,

 

손수건에 담긴 사연은 깊었다. 손수건 한 장은 이별이란 뜻이고, 두 장은 사랑이란 뜻이고, 석 장을 존경의 뜻이라고 전한다. 여기에 인생의 모든 뜻이 담겨있다.

 

손수건은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니며, 손을 씻을 때는 손을 닦아주고, 슬플 때나 기쁠 때 나오는 눈물을 닦아주고, 열심히 일할 때는 땀도 닦아주고, 콧물이 나오면 코도 풀어주고, 갑자기 비 오는 날이면 얼굴도 가려준다.

 

그만큼 용도가 다양하다. 그러니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그래서 우리들의 만남을 손수건 같은 만남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서는 항상 무엇이 문제며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자라는 말을 스스로 되뇌기도 하고 직원들께도 강조도 하였다.

 

그즈음 시흥시의 정() 시장(市長)님은 거창 출신이었고, 집안도 훌륭했으며 핸썸하고 마음씨도 온화하였다. 거창과 산청은 지척(咫尺)인 거리고, 산청. 함양. 거창. 합천이 한 지역구로 국회의원 한 사람을 뽑는다. 그러니 나와는 서로 고향 까마귀 같은 사이다.

 

시장을 포함한 기관장들은 매달 모임도 하고, 해외연수도 다니면서 즐겁게 지냈다. 그리고 직원 추계 체육 행사로 경기도 남이섬을 다녀오는 등 바쁜 날들을 보냈다. 그때 그 시절이 지금도 그립고, 아련하다. (계속).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도 살이(5회)  (1) 2023.10.20
경기도 살이(4회)  (1) 2023.10.19
경기도 살이(2)  (3) 2023.10.14
경기도 살이(1)  (2) 2023.10.13
참나무 예찬  (1) 2023.09.2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