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예찬
산에는 나무들이 많다. 개중에는 쓸모없는 나무도 있다지만, 대부분은 필요한 나무들이다, 필요한 나무 중에 참나무만큼 소중한 나무는 없을 것이다.
참나무는 높은 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벼꽃이 시원찮은 해에는 꽃을 많이 피워 열매를 많이 달고, 벼꽃이 많이 달인 해에는 꽃을 적당히 피워 나무의 생명을 조절한다니, 얼마나 영리한 나무인가, 흉년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참나무의 익은 열매는 묵의 재료가 된다. 묵은, 뼈 건강, 면역력 개선, 혈관 건강, 혈당 개선, 간 건강, 피부 미용, 체중 감량, 소화 기관 개선, 노화 방지, 화상 치료 등에 도움을 주니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참나무껍질은 코르크라는 병마개의 원료가 되고, 너와 지붕을 이을 수 있어 겨울을 따뜻하게 해준다. 게다가 참나무 숯은 숯 중에서도 최상품의 숯이다. 또한 포도주를 숙성시키는 오크통으로도 사용하며, 목질이 단단하여 건축이나 가구재로 인기가 높다. 그래서 이름도 참나무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참나무는 버섯균을 넣어 키우면 표고버섯이 자란다. 표고버섯은 당뇨병 개선, 항염증 질환 제거, 노화 예방, 뇌 건강 향상, 빈혈 예방, 피부 미용, 체중 감량, 뼈 건강, 항암 효과, 혈관 건강, 간 해독,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 변비 개선, 면역력 강화 등의 탁월한 효과가 있으니, 이 또한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직접 도토리를 주어서 만들어준 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맛이 알싸하고 약간은 텁텁하지만 먹을 것이 부족한 그 시절에는 꿀처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새롭다.
지금이야 메밀묵이나 청포묵을 비롯한 다양한 묵도 많지만, 도토리묵은 산에서 일일이 도토리를 주어야 하고, 그 주운 도토리의 껍질을 벗겨야 하고, 벗긴 도토리를 가루로 내어야 하고, 그 가루를 끓어야 묵이 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니 도토리묵은 상당히 귀한 음식이 되었다.
요즘 산에 가면 도토리가 지천이다. 지금은 귀찮아서 포기했지만, 수년 전만 해도 아침 운동 길에 도토리 줍는 것이 일과였다.
며칠 후에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의 일이다. 그날은 옆집 누나가 시집가는 날이다. 어머니가 그 집에서 종일 일해주고 묵 한 사발을 얻어 왔다. 배가 고픈 나는 어머니께 좀 먹어보라는 말도 없이 혼자서 다 먹어 치웠다.
하도 먹을 것이 귀한 시절이라 배가 얼마나 고팠으면 그러했을까 싶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그저 어머니께 미안할 뿐이다.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가서 산에 지천인 도토리를 주어 묵을 한번 해 먹을 생각이다. 어머니께 그날을 이야기하면서 웃음꽃을 피워볼까 한다만, 갈수록 기력이 떨어지는 어머니가 좋아하실지 걱정된다.
참고로 참나무도 종류가 많다.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대체로 6가지로 분류한다는데, 그 분류 방법은 줄기와 잎, 열매로 알아볼 수 있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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