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배>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나/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헤살 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박용철 시인의 <떠나가는 배> 전문.
<뛰어오른 망둥이>
나 두 야 뛴다/ 숭어가 뛰는데 나라고 못 뛸 소냐?/ 나 두 야 뛰련다//
어중이도 뛰고, 떠중이도 뛰는데/ 나라고 못 뛸 소냐?/ 너도 나도 골프채 잡고/ 너도 나도 외제차 타고//
망둥이를 닮아가는, 아~사랑하는 사람들/ 뛰어봤자 물고기인 안타까운 마음/ 숭어나 망둥이나 나는 새 되랴?//
물고기는 죽어도 나는 새 못 된다고/ 뛰어오른 날치가 헤살 짓는다//
나 두 야 치련다/ 부지깽이 잡던 손에 골프채 잡고/ 달구지 끌던 손에 핸들을 잡고/ 나 두 야 타련다.//
패러디 시인의 <뛰어오른 망둥이> 전문.
<시인 소개>
박용철(1904년~1938년, 호, 용아) 시인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출신으로, 이데올로기나 모더니즘을 지양하고 순수시적 경향을 보인 김영랑. 정지용. 신석정. 이하윤 등과 함께 <시문학파>에 속한 시인이다.
시인은 배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 아오야마 학원과 연희전문에서 수학했다. 1931년 정지용 등과 함께 《시문학》을 발간하고 창간호에 〈떠나가는 배〉 등을 발표한다.
그 후 《문예월간》, 《문학》 등을 발간하며 극예술연구회 동인으로 활동. 1938년 결핵으로 사망함.
광주에 생가가 보존돼 있고 광주공원에는 <떠나가는 배>의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매년 <용아예술제>가 열린다.
*이 시의 시어는 모든 게 좋지만, 특히 “나 두 야 가련다” “주름살도 눈에 익은”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헤살 짓는다” 써먹고 싶은 멋진 표현들이다. 패러디 시도 음미해 보시길.
*이 시는 일제 강점기하의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화자의 소망과, 그리운 고향을 떠나 유랑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노래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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