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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의 <간장게장>

시평

by 웅석봉1 2023. 10. 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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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

 

내 별명은 밥도둑이다. 등딱지는/ 열 번 넘게 주조 鑄造한 이각반합 二角飯盒이다./ 밥 한 그릇 뚝딱! 게 눈 감추듯 치워버리는,/

 

이 신비한 밥그릇을 지켜려 집게 손을 키워왔다./ 손이 단단하면 이력은 두툼하다./ 복잡한 과거가 아니라 파도를 넘어온 역사다./

 

양상군자 梁上君子와 더불어 반상군자 飯床君子/ 동서고금의 도둑 중에 이대 성현이 되었다/ 바다 밑바닥을 벼루 삼으니 먹물마저 감미롭다./

 

음주 고행으로 보행법까지 따르는 자들이/ 발가락까지 쪽쪽 빨며 찬양하는 바다./ 내 등딱지를 통해 철통 밥그릇을 배워라./

 

밥그릇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큰 그릇이 되려면 지금의 그릇은 버려라./ 묵은 밥그릇마저 잘게 부숴 먹어라./

 

언제든 최선을 다해 게 거품을 물어라./ 옆걸음과 뒷걸음질이 진보를 낳는다/

 

이정록 시인의 <간장게장> 전문.

 

 

<어설픈 해설>

 

식도락가들이여……, 내 등딱지를 통해 철통 밥그릇을 배울지어다. 밥그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제발 부탁하노니, 큰 그릇이 되려면 지금의 그릇을 비울지어다.

 

묵은 밥그릇마저 잘게 부숴 먹어야 하나니, 식도락가들이여……,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 게 거품을 품어라. 옆걸음과 뒷걸음질이 진보를 낳나니……,

 

식도락가들이여……, 내 별명은 밥도둑이니라, 등딱지를 열 번 넘게 주조한 이각반합(二角飯盒)이니라, 밥 한 그릇 뚝딱! 게눈감추듯 치워버리는 식도락가들이여……

 

이 신비한 밥그릇을 사수하려고 집게 손도 키워왔느니라, 손이 단단해야 이력도 두툼하더라, 복잡한 과거가 아니더라, 단단히 파도를 타고 넘어온 역사니라,

 

양상군자(梁上君子)와 더불어 반상군자(飯床君子)로 동서고금의 도둑 중에 이대성현(二大聖賢)이 되었느니라,

 

그러하니라, 바다 밑바닥을 벼루 삼으니 먹물마저 감미롭더라, 음주 고행으로 보행법까지 따르는 자들이 발가락까지 쪽쪽 빨며 찬양하더라, 찬양하더라……, 식도락가들이여.

 

*양상군자는 후한서》 〈진식전(陳寔傳)나오는 사자성어. 도둑을 대들보 위의 군자라고 불러 그 도둑을 크게 깨우치게 했다고 전함.

 

 

이정록(1964~ 현재) 시인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공주사범대학교를 졸업하고,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농부 일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혈거시대(穴居時代)가 당선되어 등단.

 

김수영 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박재상 문학상. 한성기 문학상. 풀꽃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만해 문예 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임.

 

시집으로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버드나무 껍질에 세 들고 싶다, 제비꽃 여인숙, 의자, 정말, 가슴이 시리다, 시인의 서랍, 어머니 학교, 아버지 학교, 저 많이 컸죠, 미술왕, 똥방패, 대단한 단추들,

 

지구의 맛』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까짓것, 달팽이 학교, 동심 언어 사전,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황소바람, 나무 고아원,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아니야!, 어서 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 아들과 아버지등이 있다.

 

*위 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에 수록된 시다.

 

*<서시>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에 수록된 짧은 시. 짧은 시일수록 가슴 치는 의미가 숨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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