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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환의 <굴비>

시평

by 웅석봉1 2023. 10. 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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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굴비가 아련한 것은 기억 때문일까, 미각 때문일까//

 

굴비 한 두름 노끈에 꿰어/ 의기양양하게 골목길 들어서시던 아버지, 아버지 냄새/ 굴비 구워 두레 반상에 올리고/

 

가시 발라 숟가락에 얹어 주시던 어머니, 어머니 냄새/ 굴비 포 껍질 벗겨 찹쌀고추장 항아리에 층층이 쌓아 넣고/ 궂은날 옹기단지 들여다보시던 할머니, 할머니 냄새//

 

굴비 한 마리에 짭짤한 법성포 바닷바람 묻어 있고/ 굴비 두 마리에 출렁이는 추자도 파도 소리 스며 있고/ 굴비 세 마리에 쨍쨍한 연평도 여름 햇볕 녹아 있다//

 

씹을수록 진득한 굴비 한 조각/ 감칠맛도 아니고 짠맛도 아니고 매운맛도 아닌/ 그 맛, 당길 맛/ 중국 맛도 아니고 일본 맛도 아니고 서양 맛은 더욱 아닌/ 그 맛, 조선 맛/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군침 돌아 입맛 다시던 그 맛, 당길 맛// 굴비가 아련한 것은 그 맛, 당길 맛 때문이다//

 

조창환 시인의 <굴비> 전문.

 

 

<어설픈 해설>

 

굴비 한 두름 노끈에 꿰어 어깨에 둘러메고 의기양양하게 삽짝을 들어서는 아버지, 아버지의 냄새, 그 굴비를 구워 두레 반상에 올리고 가시 발라 숟가락에 얹어 주시던 어머니, 어머니의 냄새.

 

굴비 포 껍질 벗겨 찹쌀고추장 항아리에 층층이 쌓아 넣고 궂은날, 옹기단지 들여다보시던 할머니, 할머니 냄새,

 

씹을수록 진득한 굴비 한 조각, 감칠맛도 아니고 짠맛도 아니고 매운맛도 아닌, 그 맛, 당길 맛, 중국 맛도 아니고 일본 맛도 아니고 서양 맛은 더욱 아닌 그 맛, 조선 맛……,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군침 돌아 입맛 다시던 그 맛, 당길 맛,……, 굴비가 아련한 것은 그 맛, 당길 맛 때문이다. 굴비가 아련한 것은 기억 때문일까, 미각 때문일까,

 

굴비 한 마리에 짭짤한 법성포 바닷바람 묻어 있고, 굴비 두 마리에 출렁이는 추자도 파도 소리 스며 있고, 굴비 세 마리에 쨍쨍한 연평도 여름 햇볕 녹아 있어라.……, 그 맛……,

 

조창환(1945~현재)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1973년 월간 현대시학지의 추천으로 등단. 아주대학교 교수역임.

 

시집으로 빈집을 지키며, 라자로 마을의 새벽, 그때도 그랬을 거다, 파랑 눈썹,피보다 붉은 오후, 수도원 가는 길, 신의 날, 마네킹과 천사, 벚나무 아래, 키스 자국등이 있음.

 

<한국시협상>. <한국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경기도문화상>. <박인환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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