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向)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純情)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白鷺)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유치환의 깃발 전문.
<닭발>
이것은 맛있는 닭의 발/ 별난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매콤한 양념과 오도독한 연골의 조화//
양념은 꿀맛같이 발가락 사이에 베이고/ 오로지 쪽쪽 빨고 뜯는 그 맛에/ 군침은 샘물처럼 입 안에 고이다//
아! 누구던가? 이렇게 맛있고도 영양 많은 닭발을/ 맨 처음 접시에 올릴 줄 안 그는.//
패러디 시인의 닭발 전문.
<그리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유치환 시인의 <그리움> 전문.
<서러움>
오늘은 처녀 때 입었던 청바지를 늘려 입고/ 명동 거리로 나섰다/ 일찍이 우아한 펭귄처럼 거닐던 그 거리언마는/ 아무리 요염하게 걸어도/
쳐다봐 주는 사람 하나 없는 무심함이여!/ 진종일 나의 마음은 서러워/ 망가져 버린 몸매를 원망하고 있나니/ 오오, 그때 그 선망의 눈빛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느뇨?
패러디 시인의 <서러움> 전문.
<작가 소개>
유치환(1903~1967. 호는 청마 靑馬) 시인은 경남 거제에서 출생하여, 2살 때 충무로 이주하여 유년기를 보내고, 통영 공립 보통학교 4학년을 수료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토요야마(豊山) 중학교에 유학하였다가 1926년 귀국하여 동래 고등보통학교에 편입하여 졸업, 이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31년 《문예 월간》에 「정적(靜寂)」을 발표하면서 등단.
1937년 통영으로 귀향하여 통영 협성 상업학교 교사로 취업, 같은 해 부산 초량에서 동인지 《생리》를 창간하고 1939년 첫 시집 『청마 시초』를 발간함.
1940년 교사를 사임하고 만주로 피신했다가 해방 후 귀국하여 다시 교육계에 투신, 충무. 부산. 경주 등 지방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함.
그 후 안의중학교, 경주고등학교, 경주여자고등학교, 경남여자고등학교, 대구여자고등학교, 부산남여자고등학교(현,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함.
『생명의 서』, 『울릉도』,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보병과 더불어』,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등과 산문집 『나는 고독하지 않다』을 출간함.
서울시 문화상. 아시아재단 자유 문화상. 대한민국 예술원 상. 부산시 문화상 등 수상함.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때인 1967년 2월 13일, 수정동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에 생을 마감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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