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을 마치고
명문 산청초등학교 50회 졸업생 이백스물 네 명 중에 벌써 세상을 하직한 동기가 스물여덟이라니, 남아 있는 우리도 적게 산 것은 아니로소이다. 게다가 그날(4월 23일) 모임에 참석한 동기가 쉰여 명이 넘었다니 감사한 일이로소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소식을 모르다가 수년 만에 만남이니 아니 반가울 수가 있겠소이까! 기뻤고, 즐거웠고, 흥분되기까지 하였소이다. 그날 수만 평에 달하는 <맑은 산장>이 온통 축제의 도가니였소이다. 하늘도 높았고 인심도 좋았고 정도 넘쳤나이다. 하룻낮에 춘몽(春夢)을 꾸었소이다.
어린아이들이 다 커서 어른이 되었소이다. 아니 노인이 되었소이다. 그것도 머리도 허연 <종심소욕불유구>의 나이도 훌쩍 넘겼소이다. 옛날 두보가 살았던 시절 같으면 돌아갈 나이가 넘었소이다. 그러나, 그날 만난 친구들은 모두 건강한 모습에 패기 넘치는 청년의 모습이었소이다.
모두가 감사하고 모든 것이 행복하였소이다. 한가지 섭섭함이 있다면 서울 동기회에서 한 사람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점이오이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내년에는 부디 참석하길 빌겠소이다.
또한, 정 회장이 선물한 우산은 비 내리는 오늘 참으로 유익하게 사용했소이다. 감사합니다. 정 회장을 위시한 참여한 동기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일일이 거명치 못함을 혜량(惠諒) 하시길 바라나이다.
특히 전국 제일의 장소를 제공해 준 조영배 동기와 맛난 음식을 만들어 준 그 영롱한 어부인과 그녀의 친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리고 내년에는 더욱 알찬 동기회가 되기를 기원하겠소이다.
*참고로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맑은 산장>을 둘러보았다. 대단한 규모다. 배구장. 족구장. 배드민턴장. 미니 축구장은 물론이고 파크골프장까지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행사장이었다.
골프장은 정규 골프장과 파크골프장 그리고 게이트볼의 장점만을 딴 그라운드 골프장이 있다만 나이 들면 정규 골프장은 여러 가지로 이용하기가 어렵고, 적은 비용에 오래도록 놀 수 있는 파크골프는 매력적인 운동으로 노년층에 인기가 좋다. 우리들의 나이에 권장하고 싶은 스포츠다.
다음으로 실내에 들어서면 노래방 시설은 물론이고 색소폰. 드럼 등 최신 기기까지 갖춘 호화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동의 비닐하우스에는 표고버섯을 비롯한 많은 식용작물이 자라고 있다. 이 모두가 투숙객을 위한 식재료들이리라.
이런 친구가 이런 시설을 갖추고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니 참으로 감사한 일인데 게다가 야외를 둘러보다가 정말로 감사한 유물을 만났다.
다름 아닌 이 땅을 일구신 선친을 찬양하는 친구의 그윽한 정성을 만났다. 멋진 빗돌에 새긴 <아부지>란 진솔한 글귀였다. 아버지에 아들까지 이어가는 그 모습에 감탄하면서 여기 옮겨서 길이 보전코자 한다.
이 땅
이 땅을 <아부지>가 사셨다
風光이 수려해서인지
이 땅에 나는 생명과 가치를 불어넣었다.
영원한 안식을 위해
이 땅에 子子孫孫
길이길이 보전되어
이 땅에 영원히 머무를 것이다
2011年 5 月에 英培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단체 사진이 없어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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