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천년을 한 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 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년을 닿도록/ 길고 긴 사무침에 목이 메오면/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다//
먼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方言)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우러러 그리움이 꽃피듯 피오면/ 그대는 저 오월 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까?//
감추인 사랑이 석류알처럼 터지면/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 나이까?/ 내 곁에 계신 당신이온데/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사랑은 방황하다 돌아서 버립니까?//
모윤숙 시인의 <기다림> 전문.
그리움
경포대 백사장 모래알을 한 줄 구슬로 꿰어/ 오시는 임의 목에 걸어드리겠습니다/ 동해 물이 다 마르도록/ 사무치는 그리움에 목이 메이면/ 임 오시는 길엔 오징어도 꼴뚜기도 마중 나오리다//
두 눈만 껌벅이는 가자미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그리움을 왜 그리 모르십니까?/ 망망한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오면/ 그대는 저 바다 위로 돛을 달고 오시렵니까?//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면/ 그대는 포말 되어 이 해안을 적시렵니까?/ 언제나 변함없는 백사장이온데/ 어이 이리 모래알은 헤일 수 없고/ 한 줄 구슬로 꿸 수가 없사옵니까?//
패러디 시인의 <그리움> 전문.
<시인 소개>
모윤숙(1910년~1990년) 시인은 함경남도 원산 출신으로 원산보통학교, 호수돈여자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이광수의 소개로 만난 안호상과 결혼, 딸 경선을 낳고 바로 이혼하여 80세에 별세할 때까지 홀몸으로 살았다.
1940년 조선문인협회 간사를 맡아 1943년 4월까지 활동함. 1941년 《삼천리》에 시 「지원병에게」, 《매일 신보》에 시 「아가야 너는-해군 기념일을 맞이하여」, 「내 어머니 한 말씀」, 등 주로 친일적인 시를 쓰는데 헌신하였다.
1948년 제3차 UN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서 외교관으로도 활동함. 1950년 대한 여자청년단 단장. 1954년 한국 펜클럽 부회장. 1955년 서울대학교 강사, 전국 문화단체 총연합 최고위원, 1957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1958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총회 한국 대표를 역임하고,
1958년 아시아 여성단체 연합회 총회 한국 대표, 1962년 여성단체협의회 이사, 1969년 여류 문인 협회 회장, 1970년 국제 펜클럽 서울대회 준비 위원장,
1971년 민주공화당 전국구 의원, 1973년 한국 현대시협회 회장, 1974년 통일원 고문, 1977년 펜클럽 한국본부 회장 등 역임.
대표작으로 『빛나는 지역』, 『렌의 애가』 등이 있다. 금관문화훈장을 수상함. 1990년 6월 80세로 타계하였다.
*렌(REN)은 아프리카 밀림지대에서 홀로 우는 새의 이름이다. 작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애타는 내면을 ‘렌’이라는 새를 빌려서 토로하였다. *나무위키에서 발췌.
*기다림은 아름답고도 슬픈 일이다. 누구나 어디서나 한 번쯤은 누군가를 기다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랑이여 기다려라. 언젠가는 나타날지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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