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가림의 <불고기>

시평

by 웅석봉1 2023. 9. 21. 09:11

본문

 

 

불고기

 

한국 사람한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꼽으라면/ 늘 다섯 손가락 안에 불고기가 들어간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한번 먹어 봤다 하면/ 단연 불고기가 최고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가끔 불고기를 코리언 바비큐라고/ 그렇게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불고기라고/ 고유명사로 부르게 해야 한다./ 고양이 문살 긁는 소리 내며/ 창가에 싸락눈 내리는 겨울날/

 

농담 잘하는 친구 녀석들 서넛 불러내어/ 뜨뜻한 장판방에 둘러앉아/ 불판에 육수 국물 부어가며 먹는/ 그 불고기 맛이라니!/

 

내 프랑스 친구 파트릭에게/ 고기를 그냥 구워 먹는 게 아니고/ 갖은 양념 간장에 하룻밤 재워놓았다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일러주자./

 

어떻게 고기를 침대에다 재우냐고 하는 바람에/ 크하하하, 크하하하, 크하하하……/ 배꼽 잡고 웃던 일 생각난다./ 불고기 맛있게 먹는 법/ 알기 쉽게 설명할 사람 누구 없을까./

 

이가림 시인의 <불고기> 전문.

 

<어설픈 해설>

 

내 프랑스 친구 녀석은 고기를 하룻밤 재워야 제맛이 난다고 일러주니 그 녀석은 고기를 어떻게 침대에 재우냐고 반문한다. 우하하하, 우하하하,……,배꼽 잡고 웃던 일이 새롭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소고기 불고기라고 응답할 것이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한테 물어도, 한 번이라도 그 맛을 본 사람은 단연 불고기가 최고라고 답할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우리 불고기를 코리안 바비큐라고 부른다. 그래서 요즘은 불고기가 고유명사가 되었다나.

 

고양이가 문살을 살짝 긁으며 안방을 들여다보는, 창가에 싸락눈이 사락사락 내리는 겨울밤에, 농담 잘하는 친구 녀석 서넛 불러서 뜨뜻한 방안에 둘러앉아 불판에 육수를 부어가며 먹는 그 불고기 맛이라니!

 

세상에 이처럼 영양가 높고 맛있는 좋은 음식, 그 불고기를, …….좀 더 맛있게 조리하고 먹는 법을 알기 쉽게 ……, 설명해줄 사람 없을까.……, 아마도 없을 거야.

 

 

이가림(1943~2015. 본명 계진) 시인은 만주 열하(熱河) 출신으로 전주고등학교 시절, 신석정, 김해강, 백양촌 선생의 영향을 받아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성균관대학교 불문학과 동 대학원으로 졸업하고 프랑스 루앙대학에서 불문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4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부문 돌의 언어로 가작에 입선했고, 1966동아일보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빙하기로 등단함.

 

첫 시집 빙하기를 비롯하여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슬픈 반도, 바람개비 별등의 시집과 지금, 언제나 지금, 모두를 위한 시간, 촛불의 미학, 물과 꿈, 꿈꿀 권리등의 역서를 출간함.

 

1982년 인하대학교 불문학과 조교수가 되면서 인천에 정착하였고 프랑스 문학 연구와 함께 다양한 문학적 행보를 보여주다가 2009년 정년 퇴임하고, 2011년 루게릭병의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2015714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별세함.

 

1993년 정지용문학상. 1996년 편운문학상. 2009년 한국펜클럽번역문학상을 수상함. ().

 

'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덕규의 <밥그릇 경전>  (1) 2023.10.01
모윤숙의 <기다림>  (2) 2023.09.26
노천명의 <사슴> 등  (1) 2023.09.19
류시화의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1) 2023.09.18
원구식의 <삼겹살>  (1) 2023.09.1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