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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식의 <삼겹살>

시평

by 웅석봉1 2023. 9. 1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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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오늘 밤도 혁명이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을 뒤집는다./ 돼지기름이 튀고, 김치가 익어가고/ 소주가 한 순배 돌면/ 불콰한 얼굴들이 돼지처럼 울분을 토한다.//

 

삼겹살의 맛은 희한하게도 뒤집는 데 있다./ 정반합이 삼 겹으로 쌓인 모순의 고기를/ 젓가락으로 뒤집는 순간/

 

쾌락은 어느새 머리로 가 사상이 되고/ 열정은 가슴으로 가 젖이 되며/ 비애는 배로 가 울분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삼겹살을 뒤집는다는 것은/ 세상을 뒤집는다는 것이다./ 정지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무나 많은 양의/ 이물질을 흡수한 이 고기는 불의 변형이다!//

 

경고하건대 부디 조심하여라./ 혁명의 속살과도 같은 이 고기를 뒤집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입 안 가득히/

 

불의 성질을 가진 입자들의 흐름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 훼까닥 뒤집혀 버리는/ 도취의 순간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원구식 시인의 <삼겹살> 전문.

 

 

<어설픈 해설>

 

혁명? 불온하다. 경고하건대 부디 조심하시라. 혁명의 속살과도 같은 이 고기를 뒤집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입 안 가득히 불의 성질을 가진 입자들의 흐름을 맛보게 될지니.

 

세상을 확 뒤집어 버리는 도취의 순간을 맛보게 될지니, 그러니까 삼겹살을 뒤집는다는 것은 세상을 뒤집는다는 말이다. 정지된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니.

 

너무나 많은 양의 이물질을 흡수한 이 고기는 불의 변형이다. 하지만 오늘 밤도 혁명이 불가하기에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을 뒤집는 것일지니.……,

 

돼지기름이 튀고, 김치가 익어가고, 소주가 한 순배 돌면, 불콰한 얼굴들이 돼지처럼 울분을 토할 것이니, 돼지고기에는 막걸리보다는 소주가 제격이라, 소주를 세게 마실지니.

 

한데, 삼겹살의 맛은 희한하게도 뒤집는데 묘미가 있을지니, 정반합이 삼겹살로 쌓인 모순의 고기를 젓가락으로 뒤집는 순간 쾌락은 어느새 머리로 올라가서 사상이 될지니.

 

또한, 열정은 가슴으로 내려가서 젖이 될 것이며, 비애는 배로 쳐져서 울분이 되는 것이라, 그러니까, 삼겹살을 뒤집는다는 것은 세상을 뒤집는 것이 될지니.……,

 

 

원구식(1955~현재) 시인은 경기도 연천 출생으로 중앙대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9동아일보신춘문예 시 이 당선되어 등단.

 

월간 현대 시및 격월간 시사 사발행인. 시집으로 먼지와의 싸움은 끝이 없다, 마돈나를 위하여, 등이고,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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