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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의 <꼬막>

시평

by 웅석봉1 2023. 9. 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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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벌교 참꼬막 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

 

남도 시인,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저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만 있었지요./ 제삿날 밤 괴* 꼬막 보듯 하는군! 퉁을 맞았지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몽댕이를/ 참꼬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어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 확, 비틀었지요/ 온 얼굴에 뻘물이 튀더라구요./

 

그쪽 말로 그 맛 한번 숭악*하더라고요/ 비열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남도 시인 이 맛을 두고 그늘이/ 있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소리, 그늘/ 있는 삶, 그늘 있는 사람./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래요./ 현대 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 하는 거 아니래요/

 

그건 고양이가 제삿날 밤 참꼬막을 깔 줄 모르니/ 앞발로 어르며 공깃돌 놀이하는 게래요./ 도 그늘이 있는 시 를 쓰라고 또 퉁을 맞았지요./

 

*: 고양이 숭악한 맛: 깊은 맛.

 

송수권 시인의 <꼬막> 전문.

 

 

(어설픈 해설)

 

벌교 참꼬막 집에 가서 꼬막 정식을 먹었어요, 그런데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삶은 꼬막도 한 접시 올라왔어요. 인심도 참 좋았어요. 거나하게 잘 먹고 있는데요,

 

남도 시인은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나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만 있으니, 제삿날 밤 고양이 꼬막 보듯 하는군! 퉁을 맞았어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끝으로 참꼬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고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 시킨 대로 확 비틀었지요. 그랬더니 꼬막 먹물이 온 얼굴에 튀었어요.

 

튀는 맛을 혀끝으로 먹어보니 깊은 맛은 고사하고 그늘 맛이 나더라고요. 그늘 맛이 어떻냐고요? 남도 시인이 하는 말이지요.

 

남도 시인은 그늘이 있는 맛, 그늘이 있는 소리, 그늘이 있는 삶, 그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라고 하던데요.

 

현대 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 하는 것이 아니래요. 그건 고양이가 제삿날 밤에 참꼬막을 깔 줄 모르니 앞발로 어르며 공깃돌 놀이하는 거래요. 시도 그늘이 있는 시를 쓰라고 또 퉁을 맞았대요.

 

그런데요 참 이상하지요, 시인이 남도 출신인데, 꼬막 까먹는 법을 모른단 말씀인가요. 아니겠지요. 시인은 아니고 아마도 시인과 함께 꼬막 식당에 간 시인의 친구겠지요.……. 그렇겠지요. 암요.

 

*전남 서부지역의 대표 수산물이 홍어라면 동부지역은 꼬막이지요. 고흥. 보성. 순천. 여수시로 이어지는 여자만일대가 최대 생산지라지요. 꼬막 제철은 봄과 초여름이라지만, 벌교읍은 매년 추수가 끝나는 10월 말이면 꼬막 축제가 열린다고 하데요.

 

꼬막은 철. 아연. . 칼슘 등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하여 뼈 건강에……, 또 혈액 생성. 면역력 증강에……, 비타민이 풍부하여 빈혈. 신경 기능 증강에……, 도움이 되며, 고단백질, 저지방 식품이라나요.

 

 

송수권(1940~2016) 시인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고흥중학교. 순천사범학교.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하고, 1975문학사상에 시 산문에 기대어등으로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함. 순천대학교 인문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시집으로 산문에 기대어, 꿈꾸는 섬, 아도, 달궁 아리랑, 남도의 밤 식탁, 빨치산, , 사구시의 노래등이 있고, 시선집으로 시골길 또는 술통등이 있음.

 

구상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평화문학상. 서라벌문학상. 소월시문학상. 국민훈장 목련장 등을 수상함.

 

시인의 고향 고흥에서는 매년 송수권 시문학상을 수여하고 있다고 함. (2023년 제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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