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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의 <아침 이미지>

시평

by 웅석봉1 2023. 9. 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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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미지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物像)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의 잔치에/ ()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박남수 시인의 <아침 이미지>

 

시대 이미지

 

돈은 돈을 낳고, 권력을 낳고,/ 명예를 낳는다//

그것은/ 모든 것을 갖게 해 주지만/ 방심할 때는 오히려 그 앞에 굴복해야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무 생각 않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돈을 쫓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돈을 움켜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에/ 금전욕으로 불타는 군중의 약동//

아침이면/ 사람들은 또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선다.//

 

패러디 시인의 <시대 이미지> 전문.

 

노름판 이미지

 

한 사람이 오고, 또 한 사람이 오고,/ 또 다른 두 사람이 온다//

저녁이면/ 그들은 모두 쓰리 고에 따따블을 꿈꾸지만/ 새벽이면 모두가 판 위에 굴복한다//

어제 잃은 피 같은 돈을 생각하며 이를 빠드득 갈고/ 국방색 담요 위에 펼쳐진 동양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밤마다 도박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고를 위한 판 위의 잔치에/ 쌍피를 사모하는 애절한 울림//

안 좋은 패인데 연사에 걸리면/ 그들은 누구나 좌절을 한다//

 

패러디 시인의 <노름판 이미지> 전문.

 

 

<시인 소개>

 

박남수(1918~1994) 시인은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 <숭인상업학교>를 다니던 1932조선중앙일보에 희곡 삶의 오료(悟了), 조선 문단에 희곡 기생촌(妓生村),

 

이 밖에도 여러 문예지에 여수, 제비, 행복, 삼림등을 투고하여 일찍부터 문학에 관심을 보인다.

 

<숭인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주오(中央)대학에서 공부하면서, 1939문장에 투고한 초롱불, 거리, 밤길, 마을, 심야, 주막등이 정지용의 추천을 받음으로써 정식으로 문단에 나오게 되었다.

 

1940년 시집 초롱불을 발표하고, 1941년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한 그는 조선 산업은행 진남포지점에 입행하여 일제 말기를 보낸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평양지점장에 오르지만,

 

공산당 입당을 거부하고 은행에서 퇴직한 후 창작에만 전념한다. 그 후 19511·4후퇴 무렵에 엄동설한을 뚫고 가족과 함께 월남한다.

 

부산 피난 시절에는 그와 처지가 비슷한 작가 오영진 등과 주간 문학예술을 창간한다. 환도 후인 1954년에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순수문학지 문학예술을 창간하고,

 

1957년에는 조지훈. 유치환 등과 한국시인협회 창립을 주도하여 심사위원회 의장이 된다. 이어 사상계상임 편집위원이 되고 1958년에는 두 번째 시집 갈매기의 소묘를 펴낸다. 그는 이 시집으로 아세아 자유 문학상을 받는다.

 

1960현대문학()의 쓰레기, 사상계공석(空席), 1962년에도 사상계땡볕의 그들등을 발표하고 1964년 세 번째 시집 ()의 쓰레기를 펴낸다.

 

1967신시(新詩) 60년 기념사업회의 부회장을 역임, 1968현대문학입상(立像), 1969아세아새의 암장, 신동아비비추가 된 새, 월간문학불의 아이러니를 발표하고,

 

1970년에 들어 시집 새의 암장(暗葬)발간한 후, 1975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에서 플로리다를 거쳐 뉴저지 등지로 거처를 옮기면서 작품활동을 이어간다.

 

1981년 시집 사슴의 관, 1991년 선 시집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 1992년 시집 서쪽, 그 모르는 숲의 기억, 새소리, 1993년 시집 그리고, 그 이후를 펴내는 등 꾸준한 활동을 유지한다.

 

시인은 아침이면 무거운 어깨를 털고,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고 아침의 환희를 외쳤으며,

 

평양에서 괜찮은 직장을 버리고, 월남하여 부산. 서울 등지에서 살았으며, 미국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몇 차례 주거를 옮겨 살다가 돌아간 방랑 시인이었다. 시인은 1994년 일흔여섯의 나이로 미국 땅에서 숨을 거둔다.

 

*패러디 시의 <시대 이미지>는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지만 방심하지 말자는 뜻이겠고, <노름판 이미지>는 그 옛날 고스톱으로 밤을 지새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 넘치는 시라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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