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 전문.
견시(犬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고기 될 일 없기를/ 주인이 복자만 뻥긋해도/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야 했다//
보신탕보단 삼계탕이 몸에 더 좋다고/ 알아듣지 못해도 우겨 봐야지/ 그리고 꼬리를 흔들어 아부하는 마음으로/ 아양을 떨어 봐야겠다//
이번 복날에도 옆집 개 울음소리가 내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패러디 시인의 <견시(犬詩) 전문.
<시인 소개>
서시(序詩)가 무엇이던가? 아니 시가 무엇인가? 시를 대하는 자세가 무엇이던가. <김사인의 시를 어루만지다 (2013년 도서 출판 B)>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이 감동이고 동감이라 여기 올린다.
첫째, 시를 제대로 읽어 보려는 사람은 어떻든 시 앞에서 일단 겸허하고 공경스러워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마음이 열려야 한 편의 시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목소리와 빛깔과 냄새들이 나에게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를 포함하여 문학예술은 부분적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에 관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아름다움의 문제와 더 인연이 깊은 분야이다. 아름다움이란 사물에 대한 공감과 정서적 일치성에 도달되는 앎의 한 범주이며, 그런 만큼 그것은 종합적이고 근본적이다.
따라서 시를 쓰고 읽기 위해서는 개념의 운용과 능력보다는 실물적 상상력의 운용 능력이, 공감과 일치의 능력이 더 긴요하게 연습하여야 한다. 그러한 합당한 감상의 토대 위에서라야 올바른 분석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시를 읽는다는 것은 머리와 눈으로 활자의 말뜻을, 그 사전적 의미들의 조합을 이해하는 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를 이루고 있는 소리, 말뜻, 행과 연 등의 각기 단위들을 포함하여,
시 전부를 어루만져 보고 냄새도 맡고 미세한 색상의 차이를 음미하는 일, 바다에 떠 있는 빙산의 끝만 보지 말고 그 밑을 살피라는 말이다. 좀 더 말하자면 ‘시라는 옷을 잘 입어 보는 일’일 것이다.
윤동주(1917년~1945년) 시인은 북간도 명동촌(明東村)에서 출생하여, 1931년 명동 소학교를 졸업하고 달라즈(大粒子) 중국인 관립학교를 거쳐, 이듬해 가족이 용정으로 이주하여 용정 은진중학교에 입학한다.
1935년 평양 숭실중학교로 학교를 옮겼으나, 이듬해 신사참배 문제로 문을 닫자 다시 용정으로 돌아와 광명학원(光明學院) 중학부에 편입, 졸업한다.
1941년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릿쿄대학(立敎大學) 영문과에 입학하였고, 같은 해 가을에 도시샤대학(東志社大學) 영문과에 전학한다.
1943년 7월 귀향 직전에 항일운동 사상범혐의를 받고, 그와 고종사촌 간인 송몽규와 함께 검거되어 2년 형을 선고받는다. 광복을 앞둔 1945년 2월16일,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후쿠오카(福岡)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어서 사촌 송몽규도 3월 7일에 순국한다.
유해는 고향 용정에 묻혔고, 1968년 연세대학교 교정에 윤동주 시비가 세워졌다. 1990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
열다섯에 쓴 「삶과 죽음」, 「초한대」라는 두 편의 시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이고 보면, 이미 시인으로서의 능력이 인정되었고, 그 후 「병아리」, 「빗자루」, 「오줌싸개 지도」, 「무얼 먹구사나」, 「거짓부리」 등의 시를, 연희전문 시절에는 「자화상」, 「새로운 길」 등을 발표하였고,
연희전문 졸업하던 해인 1941년에는 자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했으나 그만두고, 대신 자필로 3부를 남겼는데, 광복 후에 이것을 정병욱과 윤일주가 다른 유고와 함께 같은 제목으로 (정음사, 1948년) 간행하였다.
독립투사는 가셨지만, 투사의 혼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가슴에 살아있다. 본 <서시>는 1941년 11월 20일에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견시(犬詩)는 개라는 동물의 심정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다. 맛보기로 읽어 보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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