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태주의 <장조림>

시평

by 웅석봉1 2023. 9. 5. 07:00

본문

 

장조림

 

언감생심 어린 시절엔/ 가까이할 수 없었다./ 아예 그런 음식이/ 있는 줄조차 알지 못했다//

 

나이 들어 조금씩 가까워졌다./ 어쩌면 남의 집 밥상이나/ 한정식 식단 머리에서/ 처음 만났을지도 모르는 일//

 

도시락 반찬으로 제격이었다/ 밥맛이 없을 때/ 두어 덩이만 가져도/ 밥사발 한 그릇이 뚝딱 가벼웠다.//

 

입 안에 넣고 씹으면/ 남의 살이지만 오돌오돌 고소한 맛/ 돼지에게 소에게 미안한 일이다만/ 짤깃짤깃한 육질의 감촉//

 

어차피 우리네 목숨은/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서는/ 허무한 사탑이 아니던가!/ 힘내어 좋은 일 하며 살아야겠다.//

 

나태주 시인의 <장조림> 전문.

 

 

<어설픈 해설>

 

어린 시절엔 아예 그런 음식이 있는 줄조차 몰랐다. 그러니 가까이할 수도 없었던……, 먹어 보니……, 밥맛이 없을 때, 두어 덩이만 가져도 밥사발 한 그릇이 뚝딱 순식간에 사라지더라.

 

장조림은 쇠고기 중에서도 기름기가 적은 부위인 우둔. 사태. 홍두깨살이나 돼지고기의 등심. 뒷다릿살, 그리고 닭고기의 경우는 닭가슴살을 사용한다.

 

이런 고기를 크게 덩어리지게 잘라서 물을 붓고 끓여서 젓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무르면 생강. 마늘을 납작하게 다져 넣고 간장을 붓고 다시 끓여서, 고기가 잠길 만큼만 남도록 조린다.

 

그렇게 조린 살을, 먹을 때는 고기의 결대로 손으로 찧어서 함께 끓였던 간장과 함께 담아내면 된다. 그러면 남의 살이지만 오돌오돌 고소한 맛이 둘이 먹다 한 사람이 죽는다 해도 아무도 모르더라.

 

이런 좋은 세상에 아웅다웅 살지 말고 힘내어 좋은 일 많이 하면서 멋지고 신나게 살아 보자!

 

<시인 소개>

 

나태주 시인(1945~ 현재)은 충남 서천군 출신으로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한국방송통신대학을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대숲 아래서>로 등단.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 교장을 거쳐 2007년에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했다.

 

퇴임한 이후에는 공주문화원장. 43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충청남도 홍보대사에 위촉되었고, 현재는 <공주 풀꽃 문화관>에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 모음, 막동리 소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변방, 구름이여 꿈꾸는 구름이여, 외할머니, 굴뚝 각시,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아버지를 찾습니다,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목숨의 비늘 하나, 우리 젊은 날의 사랑, 빈손의 노래, 추억이 손짓하거든, 딸을 위하여, 훔쳐보는 얼굴이 더 아름답다, 눈물 난다, 지는 해가 눈에 부시다, 풀잎 속 작은 길,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하늘의 서쪽, 풀꽃, 돌아오는 길,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죽기 전에 시 한 편 쓰고 싶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 틀렸다, 기죽지 말고 살아 봐,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너와 함께하면 인생도 여행이다, 사랑만이 남는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네가 웃으니 세상도 웃고 지구도 웃겠다,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별빛 너머의 별,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꽃을 던지다,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있다. 위에서 보듯이 50년이 넘게 참으로 많은 시를 쓴 몇 안 되는 생존하는 시인이다.

 

흙의문학상. 박용래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공추문학상. 유심작품상. 김삿갓문학상.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황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함. ().

 

 

'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인수의 <과메기>  (1) 2023.09.07
조지훈의 <낙화>  (1) 2023.09.06
김수영의 <폭포>  (2) 2023.09.02
정지용의 <향수>  (2) 2023.09.01
김상옥의 <백자부>  (1) 2023.08.31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