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종국의 <순대>

시평

by 웅석봉1 2023. 9. 9. 07:25

본문

 

순대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옛날 순대집,/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하는 시장기 속에는/ 씻겨지지 않는 죄의식이 고개를 들기 때문입니다./

 

한 점 순대를 씹을 때마다/ 꺾어 세운 무릎 가슴팍으로 끌어안고/ 희미한 등잔불만이 어머니 그림자를 밝히는/ 영안실에서 아직 철부지인 내게 건네준/

 

순대, 소금에 찍어 참도 맛있게 먹고는/ 어머니를 목 놓아 부를 때처럼/ 참으로 못났다는 생각이 무엇에 찔린 듯/ 선지같이 진한 피를 흘리기 때문입니다./

 

허리가 접힐 만큼 시장기를 느낄 때마다/ 가슴 깊은 곳을 가난한 음식으로/ 가만가만 쓸어주는 슬픔이 고마운 까닭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어머니 만족한 웃음이 녹아 있는 까닭입니다/ 소금 하나만 있으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박종국 시인의 <순대> 전문.

 

 

<어설픈 해설>

 

시인은 순대를 보면 죄의식이 먼저 든다. 아직 철부지이던 시인이 돌아가신 어머님을 목 놓아 부를 때, 시인은 왜 생전에 어머님께 순대 한 조각 올리지 못했을까.

 

허리가 접힐 만큼 시장기가 돌았을 때, 가슴 깊은 곳을 가난한 음식으로, 가만가만 쓸어주는 슬픔이 가슴을 저리게 하나니, 소금 하나만 있으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는데,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어요. 옛날 순댓집을, 나도 모르게 걸음까지 멈추었어요.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어머니의 만족한 웃음을 추억하면서, 그렇게 애절한 추억은 흘러가나니……,

 

순대라, 순대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칼슘. . 비타민. 나트륨의 보고라, 순대는 돼지 창자에 돼지 선지를 비롯한 숙주. 우거지. 찹쌀 등을 넣어 삶은 음식이라.

 

순대에는 분식 가게의 단골이라, 순대에는 찹쌀 순대. 찰순대. 당면순대. 고기 순대. 아바이순대. 곰 순대. 오징어순대. 명태 순대. 백암순대. 병천순대. 피순대. 연변 순대. 채소 순대. 암뽕 순대. 막창 순대. 등등 종류도 많더라,

 

특히 제주도에서는 순대를 <수애>라 부른다더라, <수애>는 제주어로 순대라는 말이라, 제주에는 쌀이 귀하니 쌀 대신 메밀이나 보릿가루를 선지와 섞어 만든다더라,

 

순대는 분식 가게의 단골이라, 분식 가게의 단골은 소주라지만, 순대의 찰떡궁합은 소주가 아니라 <와인>이라더라, 그러고 보니 순대는 고급(高級) 중에 고급이더라,

 

 

박종국 시인은 창원 경상고등학교와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33년간 근무하였으며, 1997현대 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새하얀 거짓말, 누가 흔들고 있을까, 숨비소리등이 있으며, 조지훈문학상. 시작문학상 등을 수상함. ().

 

'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주택의 <어리굴젓>  (2) 2023.09.11
윤동주의 <서시>  (1) 2023.09.10
박남수의 <아침 이미지>  (1) 2023.09.08
문인수의 <과메기>  (1) 2023.09.07
조지훈의 <낙화>  (1) 2023.09.06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