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부(白磁賦)>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 끝에 풍경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켜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 드노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니/ 흙 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김상옥 시인의 <백자부(白磁賦)> 전문.
<부동산>
규제, 단속, 법 강화에 가격 외려 올라가고/ 5억이 10억 되는 신도시 재개발 땅/ 오늘도 투기꾼들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좁쌀 천 번 굴러 호박 되렴 하세월/ 호박 한 번 굴러 대박 되렴 단 일 년/ 새벽종이 깨지고 재테크가 울렸다//
나락 논도 메우고, 외양간도 허물고/ 아파트 세워 세워 주택난을 해소한다는데/ 정책은 그럴진대 세상 꾀가 그를 뛰어 넘도다//
지적도에 줄을 그어 이리 찢고 저리 찢어/ 땅 투기로 집 투기로 GNP를 올리고/ 돈 속에 잃은 인심 이리 강퍅하도다//
패러디 시인의 <부동산> 전문.
<시인 소개>
김상옥(1920년~2004년) 시인은 경남 통영에서 출생하여 194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낙엽>이 당선되어 등단. 대표작으로 「봉선화」, 「백자부」, 「사향」, 「옥적」, 「다보탑」 등
시조집과 시집으로 『초적』, 『고원의 곡』, 『이단의 시』, 『의상』, 『목석의 노래』, 『삼행시』, 『묵을 갈다가』, 『향기 남은 가을』, 『느티나무의 말』, 『눈길 한번 닿으면』, 『촉촉한 눈길』 등이 있고, 동시집으로 『꽃 속의 묻힌 집』과 산문집 『시와 도자』 등이 있음.
경남 통영시 중앙동 및 항남동 일대에는 국가등록 문화재 제777호로 지정된 통영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있으며, 이곳에 김상옥의 생가와 문학과 예술혼이 그대로 배어 있는 작은 골목이 조성되어 있다.
*위 시는 백자의 고귀함을 노래한 시인데, 백자는 둥근 달을 닮았다 하여 ‘달항아리’라 한다. 한낱 항아리에 불과했던 도자기를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부여한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게 하는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보 1437호의 지정된 백자가 전시되어 있다.
*패러디 시 <부동산>은 부동산을 투자가 아닌, 투기로 몰아, 위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돈벌이의 목적으로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는 현 세태를 풍자한 의미 있는 노래다, 헤겔의 정반합의 원리를 거쳐 세상이 정화되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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