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 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 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 虛無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 忍苦의 물이/ 수심 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김남조 시인의 <겨울 바다> 전문,
다시 찾은 고향
나 어릴 적 고향에 가 보았지/ 미지의 사람들/ 내가 살던 고향은 죽고 없었네// 미루어 짐작을 했건 만도/ 밀어닥친 도시의 발굴에/ 동구 밖 느티나무도 짓밟혀 버리고//
수직의 아파트/ 점령군의 모습으로/ 과수원이 있던 자리에 우뚝 서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세월/ 시간을 뛰어넘은 자리에/ 객이 되어버린 내가 우두커니 서 있었네//
당황한 이방인이/ 낯선 풍경 속에/ 외계인처럼 우뚝 서 있었네// 내가 살던 고향은/ 형체도 없지만/ 내 마음속에 뛰노는 동심은/ 내 마음속에 흐르는 개울은/ 그대로 살아있게 하소서//
내가 살던 고향은/ 죽고 없지만/ 나 어릴 적 고향에 가 보았지/ 수직의 아파트/ 점령군의 모습으로/ 느티나무 자리에 우뚝 서 있었네.//
패러디 시인의 <다시 찾은 고향> 전문,
<시인 소개>
김남조 시인(1927~현재)은 대구에서 출생하여 1951년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산고등학교와 이화여고 교사로 근무하다가 성균관대학교 강사를 거쳐 1954년부터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다.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숙>, <잔상>으로 등단하였고,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출판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함.
시집으로 『목숨』, 『나무와 바람』, 『김남조 시집』, 『사랑의 초서』, 『동행』, 『너를 위하여』, 『저무는 날에』 등.
수상으로는 자유문인협회상. 오월문예상. 서울시문화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국민훈장 모란장. 은관문화훈장. 만해대상. 등.
*<겨울 바다>
어느 날 겨울 바다에 갔더니, 보고 싶은 새들은 죽고, 내 사랑하던 그대도 사라지고, 그러니 허탈한 나는 눈물마저 얼어 버리고, 허무한 세상에 불도 물도 물이랑 위에 불붙어 버렸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이었지. 그렇게 세월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겨울 바다로 나갔는데, 남은 날은 사라졌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에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은 열리니……,
참회하며……,그런 영혼을 갖게 해 주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를 나서며,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에 기둥을 이루고 있으니. 기도하나니……, 이루게 해 주소서. 나도 기도하나니……, 원로 시인의 기도를 이루게 해주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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