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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의 <도다리회>

시평

by 웅석봉1 2023. 8. 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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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회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왔다/ 우리가 하느님과 비슷하거나/ 하느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 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왼쪽에/ 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저울과 바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 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 우리의 머리를 흉내 내어/교회와 관청과 학교를 세웠다/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

 

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뜯어먹으며/ 묘하게도 두 눈이 오른쪽에 몰려 붙었다고 웃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결코 나눌 수 없는/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

 

김광규 시인의 <도다리> 전문.

 

<어설픈 해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을 나누고, 오른쪽과 왼쪽도 나누고, 결코 나눌 수 없는,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알았다가도 잊어버리는 무엇.

 

생선회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신다. 회에는 막걸리보다 소주가 제격이라, 그런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서 온몸을 푸들푸들 떨면서 소주를 마신다. 푸들푸들 떨면서.……,

 

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회를 친다. 죽은 놈은 회로서 가치가 없다. 그래서 죽은 놈은 매운탕 거리로 넘긴다. 죽은 놈의 눈을 본다. 오른쪽인가 왼쪽인가. ……, 헷갈린다.

 

<우광좌도>라 오른쪽이면 광어요, 왼쪽이면 도다리라, 어디서 보느냐가 관건이다. 위에서 보느냐 아래에서 보느냐.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한다.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저울질하면서 벽을 쌓았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 자유롭게 산과 들과 바다를 나눈다.

 

내와 남도 나누고,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 드디어는 좌와 우도 나누고, 이념도 나누고 사상도 나눈다.

 

이 나라 온 세상을 나누고 살면, 희망이 없어질까 두렵다. 옛 지도자도 말했다. 뭉치면 살고 나눠지면 죽는다고, 뭉쳐라. 그리하여 살아가라. ()시인은 절규한다. 뭉치자고.……,

 

 

김광규 시인(1941~현재)은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와 한양대학교 교수를 역임함.

 

1975문학과 지성을 통하여 등단.

 

주요 작품으로 묘비명,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어린 게의 죽음, 아니리, 도다리를 먹으며, 상행, 서울 꿩, 생각의 사이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편운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등을 수상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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