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국밥과 설렁탕엔/ 마땅히 있어야 할 그것이 있지/ 그래, 깍두기/ 숟가락 한입 가득 밀어 넣고는/ 다음 순간을 기다리는 뜨거운 기대 속에 붉게 물든/
깍두기, 그 황홀한 입맛 생각나네/ 와싹,/ 깨물면 통통거리는 기쁨이 입 안에 가득 펴져/ 나는 할 말을 잃고 거듭 실수하네, 이미 절정에 다다른/
그 맛 때문에-/ 그래서일까, 19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서 노래 부르던 김시스터즈도/ <아침저녁 식사 때면 런치에다 비후스텍 맛 좋다고 자랑 쳐도/ 우리나라 배추김치 깍두기만 못하더라>*고 말하면서/
깍두기에 대한 찬가를 널리/ 세상에 퍼뜨렸다네/ 깍두기,/ 누구든지 쉽게 만들 수가 있지만/ 그러나 누구든지 쉽게 만들 수 없는, 토속적 끼가 박힌/ 그 맛 때문에/
나는 연서 戀書를 쓰듯 달콤하게 속삭인다네, 최고로 맛있는/ 차가운 별미에 대하여!/ *김시스터즈의 노래 <김치 깍두기> 가사 일부.
이수익 시인의 <깍두기> 전문.
(어설픈 해설)
아침저녁 식사 때면 런치. 비후스텍 맛 좋다고 자랑해도 우리나라 배추김치에 깍두기만 못 하더라, 깍두기는 돼지국밥이나 설렁탕 먹을 때는 필수 반찬이더라.
누구든지 쉽게 만들 수가 있지만, 그러나 누구든지 쉽게 만들 수 없는 토속적 끼가 박힌 그 맛을 나는 연애편지 쓰듯 달콤하게 속삭인다네. 최고로 맛있는 차가운 별미에 대하여.
원조 한류 걸그룹인 김시스터즈(여성 트리오)는, 트로트의 대가수 이난영(1916~1965)의 두 딸과 한 명의 친척으로 이루어진 팀이라.
천재 음악가인 아버지 김해송(1910~이후 월북함)과 이난영 사이에 태어난 그들은 1953년 수도극장에서 데뷔 공연을 열었다더라.
그 후, 1959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은 <라스베가스>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더라, 그들이 불러 히트한 <김치 깍두기> 가사는 이러하다더라.
머나먼 미국 땅에 십 년 넘게 살면서/ 고국 생각 그리워/ 아침저녁 식사 때면 런치에다 비후스텍/ 맛 좋다고 자랑 쳐도/ 우리나라 배추김치 깍두기만 못하더라/ 코리아의 천하 명물 김치 깍두기/ 자나 깨나 잊지 못할 김치 깍두기 (1절)
이수익 시인(1942년~현재)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고별>, <편지>가 당선되어 등단.
1968년 부산MBC 프로듀서로 입사, 1969년 첫 시집 『우울한 샹송』 출간. 1981년 KBS 라디오 차장, 편성운영국 부주간, 편성주간, 라디오국장, 제작 위원을 역임.
시집으로 『야간열차』, 『슬픔의 핵 核』, 『단순한 기쁨』, 『그리고 너를 위하여』, 『아득한 봄날』, 『푸른 추억의 빵』,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처음으로 사랑을 들었다.』, 『천년의 강』, 『침묵의 여울』 등이 있고,
시선집으로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불과 얼음의 콘서트』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지훈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공초문학상. 육사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부산시문학상 등을 수상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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