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걱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시인의 <낙화> 전문.
휘발유 값
내려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떨어지는 휘발유 값의 자율 하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름 한 철 오르기를 인내한/ 휘발유의 가격은/ 또 오르고 있다//
무심한 미터계…/ 금액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팔랑개비처럼 돌아간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금과/ 머지않아 누군가 사고 칠 공적 자금을 위하여/ 휘발유의 가격은 올라가고 있다//
포기하자, 수용의 미덕으로/ 리터당 5천 원 하는 어느 날/ 나의 애마(愛馬), 나의 자동차/ 중고차 시장에 내놓고/ 버스 타면 되는 것을,//
패러디 시인의 <휘발유 값> 전문.
<시인 소개>
이형기 시인(1933~2005)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1950년 16세의 최연소 기록으로 《문예》 지를 통해 등단했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연합신문》, 《대한매일》, 《국제신문》 등에서 정치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역임하고
한국문학가협회상. 시인협회상. 대한민국 문학상 등을 수상함.
시집으로 『적막강산』, 『돌베개의 신』, 『꿈꾸는 한발』, 『풍선 심장』, 『보물섬의 지도』, 『심야의 일기예보』, 『죽지도 않는 도시』, 『절벽』 등이 있고,
수필집으로 『서서 흐르는 강물』, 『바람으로 만든 조약돌』 평론집으로 『감성의 논리』, 『한국문학의 반성』, 『시와 언어』 등이 있다.
*가을이면 우리는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생(生)을 생각한다.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칠십)의 나이를 넘기니, 더욱 인생을 생각하게 되더라. 인생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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