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예전에는 무가 아니라 무우라 했으니/ 늦가을이면 무 아닌 무우를 독에 쟁인다/ 정갈히 물 붓고/ 마늘 생강 파에 배도 넣는다/
살얼음을 덮고 익으며/ 자수정 빛 갓물 보일까말까 우러나는 동치미/ 오래 잊었던 모습 되살아나는 듯/하늘가에 떠오르는 얼굴 누구라고 말 못 할 얼굴/
무우, 무우우, 저녁 소처럼 울고 있는 모습/ 동치미는 어머니의 눈물처럼/ 마지막 떠나간 발자국에 괸 빗물을 담고 익는다/
헤어짐이 맑아질 때까지 겨울 하늘보다 맑아질 때까지/ 생 生이 슬픔을 불러 앉혀 타이르듯/ 멀리 있는 나를 부른다/
윤후명 시인의 <동치미> 전문.
<어설픈 해설>
헤어짐이 맑아질 때까지, 겨울 하늘보다 맑아질 때까지, 살아 있음이 슬픔을 불러올 때까지, 멀리 있는 나를 부를 때까지, 동치미여, 어서 오라. ……,아삭아삭 마시자.
늦가을이면 무를 독에 쟁인다. 정갈하게 물 붓고 마늘. 생강. 파. 배도 함께 쟁인다. 쟁여서 살얼음을 덮고 익힌다. 익혀서 마신다. 천천히 마신다. 아삭아삭 마신다.
자수정 빛 맑은 물이 보일락 말락 우러나는 동치미, 오래 잊었던 그 모습이 되살아나는 듯, 하늘가에 떠오르는 얼굴, 누구의 누구라고 말 못 할 얼굴, 그 얼굴을 기억한다. 기억하며 마신다. 아삭아삭 마신다.
동치미는 어머니의 눈물처럼, 울고 있는 저녁 소처럼, 마지막 떠나간 발자국에 괸 빗물처럼 오늘도 익는다. 익혀서 마신다. 천천히 마신다. ……, 아삭아삭 마신다.
윤후명 시인(1946년~현재. 본명 상규)은 강원도 강릉시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함,
1969년 강은교. 김형영. 박건한. 임정남 등과 함께 시 동인지 《70년대》를 창간하고, 도서 출판 《삼중당》에 취직한다.
이후 10년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1977년 첫 시집 『명궁』을 출간하고,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이 당선되어 시인과 소설가의 길을 걷는다.
1980년에 단편 <바오밥 나무>, <모기> 등을 발표하면서 전업 작가를 선언하였다. 같은 해 김원우. 김상렬. 이문열. 이외수 등과 소설 동인지 <작가>를 창간하여 소설에 주력한다.
시집으로 『명궁』,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비단길 편지』,『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쇠물닭의 책』 『강릉 별빛』, 등이 있고,
소설로는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 『둔황의 사랑』, 『원숭이는 없다』, 『여우 사냥』, 『새의 말을 듣다』, 『협괘 열차』, 『삼국유사를 읽는 호텔』 등이 있음.
녹원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리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함.
*윤후명 시인의 짧은 시 한 편.
홀로 가는 나의 길에/ 야생의 이정표가 서 있다/ 모든 꽃들은 삶의 이정표인 것을/
시 <엉겅퀴꽃> 전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덮쳐 올라오고 있습니다. 모두 모두 조심하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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