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어느 날 문득/ 서울 사람들의 저자 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산이 내 곁에 없는 것을 알았다//
낮도깨비 같이 덜그럭거리며/ 쓰레기 더미를 뒤적이며/ 사랑 따위를 파는 동안/ 산이 떠나버린 것을 알았다//
내가 술을 마시면 같이 비틀거리고/ 내가 누우면 따라서 눕던/ 나는 산을 잃어 버렸다// 내가 들르던 술집 어디/ 내가 만나던 여자의 살냄새 어디/
두리번거리고 찾아도/ 산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산이 가버린 것을 알았을 때/ 나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이근배 시인의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전문.
<그가 나를 찾아 주기 위하여>
어느 날 문득/ 인생의 들판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나는 내가 내 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성공이라는 그림자를 쫓아/ 좋은 것, 남이 알아주는 것이라는/ 쓰레기 더미를 쌓아가며/ 알량한 것들을 이루려 애쓰고 있는 동안/ 나는 내가 내 곁을 떠나버린 것을 몰랐다//
내가 누우면 함께 따라 눕고/ 내가 일어서면 같이 일어서주던/ 늘 나와 함께 해 주던 나를/ 나는 잃어버렸다//
내가 가진 명함/ 내가 마련한 부동산, 통장, 주식, 보험, 연금…/ 내가 사들인 물건들…/ 그 어디에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아도/ 나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가 내 곁을 아주 떠나버린 것을 알았을 때/ 그분이 피 흘리며 십자가에 매달려 있음을 보았다/ 그가 나를 찾아주기 위하여/ 그가 나의 구원을 위하여//
패러디 시인의 <그가 나를 찾아주기 위하여> 전문.
<시인 소개>
이근배(1940~ 현재) 시인은 충남 당진 출신으로 196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그해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를 출간하였으며,
1961년 《경향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신춘문예 3관왕이 되었는데, 이어서 1962년 《동아일보》, 196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시조가 당선되어 신춘문예 5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신화를 쌓았다.
1963년 문화공보부 신인 예술상 시, 시조 2개 부분 수상. 1964년 동인지 《신춘 시》에 참가하는 등 60년대 시단의 새 기수로 등장, 1967년 도서 출판 《중앙출판공사》 초대 편집장 1973년 한국시조시인협회장 1976년 《한국문학》 주간으로,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 역임. 월간 《한국문학》 발행인 겸 주간, 계간 《민족 문학》 주간 역임. 한국문학작가상. 중앙시조대상. 육당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시집으로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 『노래여 노래여』, 『사람들은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시조집으로 『동해 바닷 속의 돌거북이 하는 말』, 장편 서사 시집 『한강』, 수필집으로 『시가 있는 국토 기행 1, 2』 등이 있다.
*사족
산이 가버린 것을 알았을 때, 나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여기서 산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일까?
산은 무엇일까? 아마도 산은 나의 그림자 혹은 내 안의 내? 아니면 나 밖의 내?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나의 친구? 그것도 아니라면, 이 세상의 그 무엇?
그리고 산은 어떤 의미일까? 진실? 마음? 사랑? 환희? 도덕? ……, 정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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