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사랑을 보내고 앓아도 배고프고/ 눈앞이 캄캄해도 시뻘겋게 해 뜨는 이치/ 감국화야 너도 알지?/ 찔레 덤불 마음속은 못 걷고/ 화왕산 십 리 억새 길 걷던 날/
농가 밥집 마당에 배고파 나타난 이 사람/ 평상에 앉아 추어탕 시켜 먹던 그 남자//감국화야 너도 기억하지?/ 찔레 가시 돋은 혓바닥/ 추어탕에 입맛 얻고 나서야/
비로소 널 쳐다보던 나를// 널 쳐다보고 백세주 한 병 시켜 반주하던 나를/ 감국화야 너도 알지?/ 사랑을 보내고 앓아도 놀은 붉게 타 번지고/
눈앞이 캄캄해도 배는 고프고// 그 농가 할머니 손맛 생각하면/ 사랑은 뒤끝이 슬퍼서 쓰네/ 추어탕은 속을 데워 쓴 옛일을 달래네.//
감태준 시인의 <추어탕> 전문
<어설픈 해설>
감국화야, 너도 알지. 찔레 가시 돋은 혓바닥, 추어탕 입맛 얻고 나서야 비로소 널 쳐다보던 나를……, 암요 알고 말고요.
감국화야, 너도 기억하지, 사랑을 보내고, 속앓이하고, 놀은 붉게 타 번지고, 눈앞도 캄캄한데 배는 고프고, 창녕 화왕산 십 리 억새 길 걷던 날, 감국화야 너는 기억하지.……, 암요 기억하고 말고요.
사랑은 뒤끝이 슬퍼서 서러운데, 추어탕은 속을 데워 쓴 옛일을 달래주네. 사랑을 보내고 배도 고프고,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도 답답하니……, 암요 가슴이 답답하지요.
막걸리 한잔에 추어탕 한 그릇이 그립구나. 감국화야 너는 알지. 추어탕의 맛, 남원추어탕과 진주추어탕은 남쪽 지방 음식이라 제피가루가 제격이고, 설악추어탕과 안성추어탕은 중부 지방 음식이라 제피가루가 상극이라, 그런가요, 아……, 암요 알고 말고요.
감국화야 네가 고맙다. 그래, 내가 네 아니었으면 추어탕 맛을 어찌 알았겠니. 추어탕이 무엇이더냐. 미꾸라지가 어떤 물고기더냐.……, 암요. 알고 말고요.
여름이 물러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추어탕이 제맛을 낸다. 추어탕의 영양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지요. ……, 암요 알고 말고요.
감태준(1947년~현재) 시인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서라벌예대 문창과 졸, 1972년 월간 문학으로 등단. 현대문학 편집장. 중앙대 교수. 한국시인협회장 역임.
시집으로 『몸 바뀐 사람들』, 『마음이 불어가는 쪽』, 『마음의 집 한 채』, 등이 있으며, 저서로 『이용학시연구』, 『한국현대시 감상』 등이 있으며,
녹원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윤동주문학상. 한국잡지언론상을 수상하였음.
*오늘(2023년 8월 8일)이 입추라 추어탕이 맛들 때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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