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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의 <담쟁이>

시평

by 웅석봉1 2023. 8. 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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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뺌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전문.

 

<달팽이>

 

저것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손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달팽이는 말없이 아파트 벽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슬 한 방울 없고, 풀 한 포기 없는/ 그것이 고난의 벽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때 달팽이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아파트 벽을 오르기 시작한다/ 내리쬐는 땡볕을 견디며 조금씩 조금씩 기어 올라간다//

 

촉수가 마르고 가슴이 찢어져도/ 절대 희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오를 수 있고 없음의 높이를 가늠하지 않고/ 그저 한 뼘 앞만 바라보면서 저 높은 아파트 옥상을 향해/ 달팽이는 꼬물거리며 기어 올라간다//

 

그리고 마침내 동트는 아침 이끼 푸른 옥상을 차지하고 죽는다/ 이루었기에!//

 

패러디 시인은 <달팽이> 전문.

 

 

<시인 소개>

 

도종환 시인(1955~현재. 국회의원)은 청주시 출신으로 충북대학교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동인지 분단 시대<고두미 마을에서> 5편의 시를, 1985실천문학에서 <마늘밭에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19858월 부인 구수경 씨가 암으로 사망하자, 부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접시꽃 당신>이란 시를 발표하여,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일약 국민적 스타가 되었다.

 

시집으로 접시꽃 당신, 지금 비록 너희 곁은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슬픔의 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등이 있고,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신동엽창작기금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백석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사족을 달아보면

 

-그것이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결국 담쟁이는 그 벽을 넘는다.

 

-달팽이가 버튼을 누를 손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천천히 아파트의 벽을 기어오른다. 마침내 동트는 아침 이끼 푸른 옥상을 차지하고 마침내 죽는다. 이루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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