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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춘의 <고들빼기>

시평

by 웅석봉1 2023. 8. 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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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들빼기>

 

먹어 보면 안다/ 어째서 궁중 진상품이었는지 먹어 보면 안다/ 놋숟가락으로 떠 올린 뜨신 햅쌀밥에/ 옻칠 젓가락이나 대나무 젓가락으로/

 

고들빼기김치를 얹어서 먹어 보면 안다/ 이 맛을 쓰다고 해야 하나/ 떫다고 해야 하나/ 먹어 보면 안다/ 젓국에 젖어 우러난 쓴맛이냐/

 

쓴맛을 다스리는 다진 마늘, 생강 맛이냐/ 이 맛 저 맛 다스리는 매콤달콤 신맛이냐/ 형용사가 풍부한 한국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나로그 맛이냐/ 먹어 보면 안다/

 

한 번도 두 번도 여러 번도/ 입 안으로 온몸이 들어와 자지러지는/ 이 맛의 극치!!/ 아니다,/ 끝으로 맛볼 것은/ 이빨 사이에 끼었다가 씹히는/ 금싸라기 같은 참깨 맛!!/

 

서정춘 시인의 <고들빼기> 전문.

 

 

<어설픈 해설>

 

먹어 보면 안다, 어째서 궁중의 진상품이 되었는지, 놋숟가락으로 퍼 올린 따뜻한 햅쌀밥에 대나무 젓가락으로 고들빼기김치를 얹어서 먹어 보면 안다.

 

이 맛을 쓰다고 해야 하나, 떫다고 해야 하나, 달다고 해야 하나, 젖 국에 젖어 우러난 이 맛을, 다진 마늘 맛이냐, 막 썰어 넣은 생강 맛이야, 떠먹어보면 안다.

 

이 맛 저 맛 아리송한 매콤달콤 신맛이냐, 짭짤 쌉싸름한 짠맛이냐, 형용사가 풍부한 한국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디지털 맛이야, 먹어 보면 안다.

 

먹어 보면 안다, 한 번 두 번 여러 번을, 입 안으로 온몸이 들어와 자지러지는 이 맛이여, 이 맛의 극치여, 떠먹어보면 안다.

 

아니다, 끝으로 맛볼 것은 이빨 사이에 끼었다가 씹히는 금싸라기 같은 참깨 맛이여, 먹어 보면 안다. 어째서 궁중의 진상품이 되었는지를.……, 먹어 보면 안다.

 

고들빼기김치는 오래될수록 진가를 발한다. 고들빼기의 쓴맛은 이눌린 성분이 있어 천연 인슐린이요, 혈액 속 혈당을 조절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고들빼기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분해되지 않은 상태로 소화기관을 거쳐 장에 도달해 배변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또한, 인삼 성분의 대표 격인 사포닌과 이눌린,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여 몸속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하고, 피부미용에 좋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 채소의 6배 이상의 철분이 있어 빈혈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다니, 이러한 여러 사실을 기억하지요, …… 그리니 고들빼기김치는 음식이라기보다는 보약이겠지요.

 

 

서정춘 시인(1941~현재)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6·25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하여 유명해진, 순천의 명문 매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잠자리 날다>라는 시로 등단.

 

시집으로 죽 편, , 파르티잔, , 하류, 물방울은 즐겁다, 캘린더 호수, 이슬이 사무치다, 등이 있으며, 2018년 등단 50주년 기념 집 서정춘이라는 시인을 펴냈다.

 

박용래문학상. 순천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유심작품상. 백자예술상 등을 수상.

 

시인은 말한다. 자기는 학력이 짧고(고등학교 졸업), 키가 짧고, 시가 짧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3() 인생이라고,

 

시인의 대표작 <죽 편·1-여행>을 소개한다. 역시 짧은 시다.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

 

*해설하면, 대나무의 마디 마디가 한칸 한칸의 푸른 기차란다. 대나무는 푸르니까. 이 기차를 타고 백 년을 달리면 대꽃이 피는 마을에 도달한단다. 그러니까 백 년 만에 대꽃이 피고 백 년이 지나면 대나무는 수명을 다한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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