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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의 <나 혼자서만>

시평

by 웅석봉1 2023. 8. 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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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서만>

 

그대가 가만히 있는데/ 나만 안절부절못했습니다// 그대는 무어라/ 한마디도 하지 않는데/ 나만 공연히 그대 사랑을/ 가늠해보곤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대를 두고 나 혼자서만/ 부지런히 사랑과 이별 사이를/ 들락날락했던 것입니다// 부족하면 채우려고 애를 쓰지만/

 

넘치면 그저 묵묵히 있을 수 있다는 걸/ 그대 그윽한 눈빛은 내게 가르쳐주었지요//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사실은 더욱 큰 사랑임을/ 어쩔 수 없이 난 인정해야 했지요//

 

이정하 시인의 <나 혼자서만> 전문.

 

<갈치 혼자서만>

 

꽁치는 가만히 있는데/ 갈치 혼자서만 꽁치를 미워했습니다// 공치는 무어라 한마디도 하지 않는데/ 갈치만 공연히 꽁치를 미워해서/ 시기하곤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변덕스런 입맛을 두고/ 갈치 혼자서만 인간의 젓가락 사랑을/ 독차지하려 했던 것입니다// 갈치가 꽁치 맛도 내보려 애써보지만/

 

갈치는 그저 갈치 맛만 내면 된다는 것을/ 고등어 맛 당당한 고등어가 가르쳐 줬지요// 갈치가 꽁치 맛까지 내보려 하다간/ 갈치도 못 되고, 꽁치도 못 된다는 걸/ 조림이 되고 난 뒤에야 갈치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었지요.//

 

패러디 시인의 <갈치 혼자서만> 전문.

 

<인간 혼자서만>

 

신은 가만히 있는데/ 인간 혼자서만 종교를 만들었습니다// 신은 무어라 한마디도 하지 않는데/ 인간 혼자서만 종교를 만들어/ 신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세를 확장하려/ 난리를 쳤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절대자의 진리를 놔두고/ 인간 혼자서만 종교를 만들어/ 그것이 구원의 길이요, 진리라고/ 떠들어 댔습니다// 인간이 진리를 알아 구원을 이루려 애써보지만/ 인간은 가장 인간다우면 된다는 것을/

 

스스로 그러한 자연이 가르쳐 줬지요//그래서 선하게 살다 간 우리네 선현님들은/ ‘이놈아, 먼저 인간이 되라.’라고 말씀하셨고/ 하나 뿐이 없는 님도/ 그것이 옳다 게시하여 주셨지요.//

 

패러디 시인의 <인간 혼자서만> 전문.

 

 

<시인 소개>

 

이정하 시인(1962~현재)은 대구 출신으로 원광대학교를 졸업하고 1987년 경남신문과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우리 사랑은 왜 먼 산이 되어 눈물만 글썽이게 하는가., 당신의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사랑이 온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한 사람을 사랑했네,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산문집 우리 사는 동안에, 소망은 내 지친 등을 떠미네, 나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아직 피어 있습니까, 그 기억』 『아직도 기다림이 남아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부지런히 사랑과 이별 사이를 들락날락했다. 나만 공연히 그대 사랑을 가늠해보곤 했다.

*신은 가만히 있는데 인간 혼자서 종교를 창안하고, 신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그것이 구원의 길이요 진리라고 떠들어 대고 있으니, 가관이다.…… 어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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