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전문.
<나는 오늘 또 김밥이 그립다>
떡볶이 속에는/ 떡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잡채 안에는/ 당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김밥 안에는/ 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밥 안에 있는 단무지여/ 김밥 안에서 맛을 더하는 햄이여/ 시금치와 게맛살과 함께 어우러져/ 은밀한 맛을 내는 김밥이여/ 어제 2인분을 먹었는데도/ 나는 오늘 또 김밥이 그립다.//
패러디 시인의 <나는 오늘 또 김밥이 그립다> 전문.
<일억 원이 있어도 천만 원이 더 갖고 싶다>
몸속에는/ 오장육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는/ 희로애락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고 내 안에는/ 만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욕심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욕심이여/ 오장육부처럼, 희로애락처럼 내 깊은 곳에 머물러/ 은밀한 내 어리석음과 만나는 욕심이여// 일억 원이 있어도/ 나는 천만 원이 더 갖고 싶다//
패러디 시인의 <일억 원이 있어도 천만 원이 더 갖고 싶다> 전문.
<시인 소개>
류시화 시인(본명, 안재찬. 1959~현재)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아침>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마음 챙김의 시』,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등.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 등.
잠언(箴言) 시집으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 있다. 이 시집의 해설에서 이문재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잠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위대한 영혼의 순간적인 대오각성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삶들 속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축적이다.
그리니까 잠언은 시대와 역사의 검증을 받고 살아남은 금강석과 같은 지혜이다. 잠언이 없는 시대. 잠언이 없는 문화는 불행하다. 더구나 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잠언을 거들떠보지 않는 사회는 더 불행하다.
이 시집에 실린 이름 없는 사람들은 시인으로서는 무명씨일 뿐, 자신들의 삶에서는 개인사를 당당하게 완성한 위대한 개인들이다.
이들이 남긴 잠언시의 핵심은 우선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라는 권유이다. 그리고 현실의 삶을 경험하되 상상력의 힘을 홀대하지 말라고 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제목처럼 가정법의 삶은 자신이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으로 우선 읽히는 듯하지만
이 후회와 반성은 곧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로 거듭난다. 가정법의 문장을 구사하지 않는 삶처럼 메마르고 황폐한 삶이 또 어디 있으랴.”
*의미심장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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