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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의 <승무>

시평

by 웅석봉1 2023. 7. 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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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僧舞)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뻗어 접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뀌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의 <승무> 전문.

 

 

몸매

 

가는 허리 긴 다리는/ 오매불망 꿈일레라//삐져나온 허릿살/ 명품으로 감추오고// 자꾸만 처지는 힙이/ 정작으로 맵시 안나 서러워라//

 

날씬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는 시대에/ 너도나도 몸매 가꾸기 전쟁터에 뛰어드는데//맛난 음식은 구미를 당기우고/ 아무리 용을 써도 빠지지 않는 군살이여//

 

입었던 거들 살포시 내려/ 굵은 허리 처진 힙, 거울 속에 비추오고// 상상 속 변신 모습 잡힐 듯 보이고야/ 타고난 몸매는 짜증의 원천이라//

 

내렸던 거들 다시 올리는 절망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 사 TV 속 미인들은 질투를 불러일으키는데/ 가는 허리 긴 다리는 오매불망 꿈일레라//

 

패러디 시인의 <몸매> 전문.

 

 

<시인 소개>

 

조지훈 시인(본명, 동탁. 1920~1968)은 경북 영양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서당 교육을 받았고, 검정고시를 통하여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혜화전문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아버지는 재선의원인 조헌영. 1939문장 文章지의 추천으로 <고풍의상(古風衣裳)>이란 시로 등단.

 

1946년 박목월. 박두진과 시집 청록집(靑鹿集)을 간행하여 청록파라 불리게 되었고, 1947년부터 사망할(1968) 때까지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함.

 

고려대학교 교수 시절인 19604·19의 기폭제가 된 제자들의 4·18의거를 지켜보고 420일에 지은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어느 스승의 늬우침에서> 라는 헌시(獻詩)를 고대 신문에 투고하여 일약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지조론이란 수필을 통해 이승만 정권과 정치인들의 지조 없음을 꾸짖은 대쪽 같은 인물이었다.

 

 

*패러디 시에서처럼 요즘 다이어트가 유행이라는데, 나이가 들수록 힘들단다. 몸매에 고민인 사람들은 무조건 움직여라. 몸을 괴롭혀라. 다이어트에 비법은 없다. 다만, 위를 70%만 채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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