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김치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순결한 피부/ 때깔 좋은 배추는 향기로웠다// 소금으로 숨죽여 부드러운 속살에/ 무채 파 마늘 갓 미나리/ 곰삭은 젓갈 톡 쏘는 고춧가루/
내 고장 사투리 섞어 알싸하게 버무려서/ 켜켜이 입혀 항아리에 담는다// 김장김치 포기김치 보쌈김치 백김치/ 아삭아삭 맛있게 익으면/ 어릴 적 어머니 치맛자락 잡고 걷듯/
고국을 떠나 살아도 그 손 놓을 수 없어라// 어머니 내 어머니 정겨운 손맛/ 진수성찬에도 당당히 끼어 있는/ 상큼하게 씹히는 맛깔스런 배추김치/ 정녕 우리 민족 대표 음식//
김후란 시인의 <배추김치> 전문.
<어설픈 해설>
소금으로 숨죽여 부드러운 속살에, 무채. 파. 마늘. 갓. 미나리에, 곰삭은 젓갈에, 톡 쏘는 고춧가루에, 거기다가 내 고장 사투리까지 섞어서 알싸하게 버무리면, 무엇이 될까요?
배추를 버무리면 배추김치요, 갓을 버무리면 갓김치요, 파를 버무리면 파김치요, 미나리를 버무리면 미나리 김치요, 마늘을 버무리면 마늘 김치가 될까요. 아니지……,
마늘은 아니지. 마늘 김치는 없으니까. 대신 마늘장아찌는 되겠네.……, 마늘장아찌. 맛있지요.
김장김치. 포기김치. 보쌈김치. 백김치, 아삭아삭 맛있게 익으면, 어릴 적 어머니 치맛자락 잡고 걸어가듯, 고국을 떠나 살아도 그 손을 놓을 수 없더라. 김치엔 어머니라. 어머니가 고국이고 어머니가 김치라.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정겨운 손맛에도, 진수성찬에도, 당당히 끼어 있는 상큼한 배추김치, 우리의 대표 음식!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순결한 피부, 때깔 좋은 배추는 향기롭지요. 상큼하게 씹히는 맛깔스러운 배추김치, 우리 민족의 대표 음식임이 분명 ……,하더라.
김후란 시인 (본명 형덕 1934년~현재)는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한국일보 기자와 부산일보 논설위원과 한국여성개발원 원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생명의 숲 국민운동 이사장을 역임하였고,
시집으로 『장도의 장미』, 『음계』, 『눈의 나라 시민이 되어』, 『사람 사는 세상에』 등이 있으며
현대문학상. 월탄문학상.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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