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
낙천의 꽃송이들 봉긋 부풀어/ 서로 기대 곁을 내주며// 젖살 오른 안개처럼 흐드러진 잔가지/ 아양이 명랑하다//
가닥가닥 감싸쥐고/ 여린 것이 거쳐 온/ 생채기를 다듬는다.// 수다스러운 물소리, 노닥대는 콩나물들/ 내 손등에 장난 걸 듯 간지럽히다가/ 바가지 안 다소곳이 머무는 노란 꽃물.//
솥에서 바지런히 달그락거리며/ 녹녹한 서정이 익는다// 콧등 언저리 일렁이는 나긋함, 하루치 삶에 메슥하던 속이 입맛을 다신다//
대접 가득히 달궈진 위로/ 얼른 한 모금 떠먹어 넋두리를 가라앉힌다/ 내 입술에 닿은 뜨거운 시詩.//
한분순 시인의 <콩나물국> 전문.
<어설픈 해설>
떨어지려는 꽃송이들 봉긋하게 부여잡고, 서로 기대면서 곁을 내어주는, 젖살 오른 안개처럼 흐드러진 잔가지, 아장거리는 모습이 아련하다.
한 대접 가득히 채워진 국물을, 얼른 한 모금 떠먹어 넋두리를 가라앉히고, 내 입술에 닿는 뜨거운 시 詩를 느낀다.
가닥가닥 감싸 쥐고, 그 여린 것들이 거쳐 온 생채기를 다듬는다. 수다스러운 물소리 노닥거리는 콩나물 대가리들,
내 손등에 장난을 치듯 간지럽히다가 바가지 안에 다소곳이 머무는 노란 꽃들, 노래를 부른다. 꽃은 떨어져서도……, 꽃으로 피우리라.
콩나물국은 숙취 해소에 최고의 음식이다. 콩나물에 있는 아스파라긴산 때문이다. 또한, 아르기산. 메티오닌 성분도 듬뿍 들어있다.
그래서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콩나물국을 먹는 모양인데, 사실은 술 마시고 안주로 콩나물국 한 그릇 마시면 더 효과적이란다.
술꾼들이여,……, 이제는 마지막 술집은 콩나물국 집으로 가자. 마지막 한잔 마시고 콩나물국 한 그릇을 안주로 마시자. 마시자.
한분순 시인(1943년~현재)은 충북 음성 출신으로 서라벌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1970년 서울신문 ‘옥적(玉笛)’으로 등단.
시집으로 『실내악을 위한 주제』, 『손톱에 달이 뜬다』, 『저물 듯 오시는 이』, 『시인은 하이힐을 신는다』, 『서울 한낮』 등이 있으며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서울신문 출판편집부. 세계일보 편집국 부국장. 문화부장. 스포츠투데이 편집부 문화부 국장 등을 역임하였고,
유심작품상특별상. 예총예술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정운시조문학상. 한국시조문학상. 예총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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