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묵음 김치 한 포기 싹둑싹둑/ 목살 돼지고기 몇 점, 양파 마늘 고추……//
보글보글 구수한 냄새/ 익어가는 레인지 위의 김치찌개// 해거름 판 멀리 밭 매고 돌아오던 어머니/ 땀에 젖은 누우런 머릿수건이/ 축 늘어진 묵은지 닮았었지//
흙냄새 가시지 않은 투박한 손등/ 부지런히 다시 움직이던 어둑한 부엌/ 싸악싸악 묵은지 썰던 소리//
남은 양념 이것저것 양은 냄비에 몰아넣으면/ “오늘은 반찬이 없구나~”/ 애틋한 한숨도 버무려 넣어/ 바쁘게 끓이던 김치찌개//
그 안으로 어머니의 피곤과/ 땀도 쓸려 들어갔었다// 허기 속에 기다리던 저녁 밥상/ 한가운데 구수한 김이 산같이/ 뭉게구름으로 피어오르던 그 김치찌개//
맛이 다 간 신 김치가 싹둑싹둑/ 산해진미로 변신했던 요술 찌개// 이제도 아른거리는 정겨운 어머니 냄새/ 오늘 식탁 위에 그윽하게 번져오를/ 엄니김치찌개//
장태평 시인의 <김치찌개>
<어설픈 해설>
묵은김치 한 포기를 싹둑싹둑, 목살 돼지고기 몇 점, 양파. 마늘. 고추……듬뿍 썰어 넣고, 보글보글 자글자글 끓이면 맛있는 김치찌개 한 그릇 담아내지.
허기 속에 기다리던 저녁 밥상, 한가운데 구수한 뭉게구름 피어오르던 김치찌개, 산해진미로 변신했던 요술 찌개, 지금도 아른거리는 정겨운 어머니 냄새.
묵은김치는 보약이라, 거기다가 돼지목살에 양파. 마늘. 고추에 참기름까지 넣으면 더할 나위 없는 건강식품이라, 오늘 저녁 밥상엔 김치찌개나 만들어 보세나.……, 여기에 막걸리 한잔이면 만사형통.
장태평 시인(1949년~현재)은 전남 무안출생으로 경기고와 오리건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하고 농림식품부 장관, 마사회장, 차세대 미래 전략 연구원 원장 등 역임. 현(現)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시집으로 『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 등 3권이 있으며, 장 시인은 시인이라기보다는 관료로 더 유명하다.
여기서는 시인으로 소개하는 자리이니 그의 대표적 짧은 시 두 편을 소개한다.
「강물」,
강물은/ 바람 따라 물결치지만/ 바람 때문에 갈 길을 바꾸지 않는다/
「나이 든 나무」,
나이 든 나무는/ 바람에 너무 많이 흔들려보아서/ 덜 흔들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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